절대 믿지 않을 것 같은 가짜 뉴스와 명언들을 사실은 나도 모르게 진짜로 믿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짜 명언들은 한곳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신문기사, 방송, 책 등으로 빠르게 퍼지며 사실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출처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짜 명언들은 어떻게 와전이 된 건지, 가짜였다면 원래 의도한 뜻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스티브 잡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언으로 각종 SNS를 통해 퍼지면서 화제가 된 명언인데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소중히 대하라는 내용입니다. 일부 매체에서 해당 유언이 가짜라고 말해왔지만 여전히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며 실제로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은 “와우!”라는 감탄사였다고 합니다.
신채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명언은 사용된 곳이 너무도 많아 셀 수가 없을 정도인데, 각종 신문기사와 방송에서 일제시대, 역사, 민족의 주제를 다루며 같이 언급되는 명언이었습니다. 또 신채호의 며느리인 이덕남 씨도 이 말을 아버님이 하셨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사실 신채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정확한 기록이나 문헌이 없어서 이 명언 또한 가짜 명언으로 판명 났습니다.
알베르 카뮈
내 뒤에 걷지 마라, 나는 앞장서지 못할 것이다. 내 앞에 걷지 마라, 나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저 내 옆에서 걸어라, 벗이 될 수 있도록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말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문장은 감성 명언, 종교 명언으로 종종 쓰였습니다. 카뮈는 1960년 죽음을 맞이했으며, 1971년 12월 매사추세츠주 퀸시의 지역신문에 실린 칼럼에 해당 문장이 등장하게 됩니다. 칼럼의 저자는 개인상담사인 윌리엄 F. 녹스 박사였으며 이후 여러 지역신문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해당 문장을 사용하며 다양하게 출처를 밝혔기 때문에 카뮈의 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앤디 워홀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 명언은 정확한 영어문장까지 떠돌며 인용이 되는 친근한 명언 중 하나인데, 앤디 워홀이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거짓 명언이라고 합니다. 현대미술을 비판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 이 말은, 미국 구글에 검색해보아도 한국 사이트밖에 나오지 않고 앤디 워홀과 관련된 논문이나 서적에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앤디 워홀은 단정적이고 직설적인 어록을 남기는 것을 극히 꺼리는 성격이라 가짜 명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링컨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언 중 하나인 링컨의 말인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을 한순간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이 말은 1858년 링컨과 스티븐 더글라스의 논쟁 중에 링컨이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그 근거나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짜 출처는 1684년에 나온 ‘자크 아바디’의 책의 한 부분이며 후대의 창작자에 의해 링컨이 처음 말한 것으로 가공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권리를 줘보면 인격을 안다.
링컨의 이 말은 위대한 인물은 고난의 풍파를 버텨낸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무게를 견뎌낸 인물이라는 뜻으로, 정치인들을 꾸짖는 말로 언론에서 종종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링컨이 직접적으로 말했다는 근거는 없으며 19세기 중엽 활동한 미국의 연설가 겸 작가 로버트 잉거솔을 출처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1883년 1월 16일 워싱턴DC의 강연자리에서 링컨에 대해 강연할 연사를 소개하며 남긴 말로, 이후 잉거솔은 잊혀졌고 링컨의 문장으로 구전되어 왔습니다.
단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돼 있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지옥 편>에 나오는 문장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정치적 무관심과 침묵, 기계적 중립에 대한 비판으로 쓰여왔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단테의 신곡에는 저런 문장이 나오지 않고 비슷한 구절만 있을 뿐이라고 하는데요. 루스벨트가 1915년에 발간한 책 <미국과 세계대전>에서 단테를 언급하며 선과 악 양쪽을 모두 거부한 천사들을 위해 지옥의 악명 높은 장소가 준비되어 있다고 쓰여져 있을 뿐,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 ‘도덕적 위기의 순간’과 같은 표현은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후 해당 구절은 윌리엄 M. 바인스 목사에 의해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수정되었고 철학자 헨리 파월 스프링의 저서에서 마침내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악법도 법이다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가 독배를 마시기 직전 남긴 말로, 아무리 가혹한 법률이라도 사회가 합의한 이상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전에 기록된 실정법만을 유일한 법으로 보는 법실증주의에 기초한 주장으로,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의 시정권고가 있었고 지적된 이후 교과서에서 빠졌습니다. 실정법의 위엄을 절대적으로 보는 일부 법학자들과 실권자들이 국민의 무조건적 복종 의무를 강요하기 위해 와전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입니다.
볼테르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격언으로 알려져 있는 이 문장은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즐겨 쓰입니다. 하지만 볼테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볼테르의 태도에 대해 작가가 쓴 <마음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언급되었을 뿐입니다. 프랑스어로 쓰여져 원문처럼 보이는 글도 대부분 책을 낸 이후 그의 영어문장을 번역한 것입니다.
플라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말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민주시민의 정치의식을 환기시켜 주는 문장으로 사랑받은 명언입니다. 선거철에 투표 독려문구로 자주 쓰이고 각종 칼럼, 인터뷰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플라톤이 한 말은 맞지만 원래 의도했던 뜻과 맥락이 현재와는 다소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데, 원문의 출처는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국가’이며 소크라테스를 화자로 내세워 그 자신이 아테네의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와 논쟁을 다룹니다. 지도자가 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직접 통치에 나서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에게 통치받게 되고 이것은 적격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모욕이 된다는 뜻으로 아예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의미가 정반대로 와전된 경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