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수명이 증가하면서, 암 또한 불치병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중대한 위기와 같은 질병으로 취급받고 있다. 중노년에게 암 투병 및 치료, 관련 보험에 관한 정보는 보편적인 의료 정보가 되었다. 그런데 다양한 암 중에서도 갑상선암에 특별한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착한 암’이다. 암이 어떻게 착할 수 있느냐고?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부터 치료 방법까지 알아보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나도 혹시? 갑상선암의 증상과 원인
모든 사람의 목 아래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 갑상선.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잊고 있지만 심박수, 혈압, 체온과 체중 관리를 도맡은 중요한 기관이다. 갑상선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대표적인 증상은 목에 멍울이나 혹 등이 만져지는 것이다. 통증이 없더라도, 평소 없었던 덩어리 등이 안쪽에 생겼다면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이 멍울이 커지거나 결절이 생기는 경우에는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이 비대해지며 기도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결절 때문에 성대가 마비되는 경우,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게 되어 사레가 들리기도 한다. 갑상선 비대증은 목이 평소보다 자주 잠기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갑상선암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가족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걸리는 병이므로 성별 또한 하나의 요인이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질인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에도 암이 나타날 수 있다.
동아시아 여성이 많이 걸리는
갑상선암
갑상선암이나 갑상선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보면, 중장년 여성인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통계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지역과 성별(여성)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갑상선암 투병 후 완치율 및 생존율이 높지만, 남성보다 3배 더 많이 걸리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성이 남성보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갑상선염 또한 자가면역질환이므로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갑상선암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권이다. 이에 관해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요오드’ 성분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미역, 다시마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요오드는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축적되어 갑상선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염증이 계속 축적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동북아가 해조류를 즐겨 먹는 것이 사실이므로,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면 자신의 요오드 섭취량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일까?
암의 종류는 부위와 증상에 따라 다양하며, 그만큼 환자의 고통과 생존율, 치료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대장암이나 간암 등 많은 사람이 앓고 있음에도 여전히 치료가 쉽지 않은 암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완치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암도 있다.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거의 비슷해 치료 예후가 좋은 경우 그렇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의 95%가 이에 해당한다. 생존율은 99%인데, 이 중 1, 2기의 생존율이 100%라고 하니 초반에 발견한다면 빠른 치료가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최근 초음파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85~90%였다. 갑상선암 특성상 환자가 병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 검사 덕분에 갑상선암 발병 확인이 수월해진 지금, 갑상선암은 진단받더라도 거의 완치가 가능한 암으로 꼽히게 되었다.
먹어서 암을 치료한다?
갑상선암 치료 방법
암 환자들은 방사선을 통한 항암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갑상선암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특이한 점이 있는데, 수술과 함께 방사선을 직접 먹어서 치료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암 발병과 관련된 요오드를 갑상선 암세포가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한, 이른바 ‘방사선 요오드 치료’다. 갑상선은 호르몬을 생산하기 위해 신체에서 요오드 성분을 흡수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해 수술 전 요오드 식사를 제한하였다가 약과 함께 요오드 성분을 복용하여 잔여 미세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일반 항암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 또한 짧아, 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단 방사선 요오드를 복용하게 되면 환자의 침, 땀, 대소변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방사선이 나타난다. 인체에 큰 해는 되지 않지만 기타 방사선 치료와 달리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치료 후 자택에서 며칠간 격리하는 기간을 가지며, 최대한 불필요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 치료 1~2일 후면 방사선 배출량이 급감하고, 1주일 후면 사라지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암, 착한 암이라고
방심하지 말자
아무리 착한 암이라고 해도, 암 투병은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 치료가 쉽다고는 하나 매우 적은 확률로 다른 장기에 침범하거나,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갑상선암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병원을 방문하여 조직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소 갑상선 기능이 약해서 염증을 앓고 있는 경우, 갑상선암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갑상선 기능 및 갑상선암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을까? 모든 암 환자는 체내 면역력 및 체력 향상을 위해 영양분이 골고루 섞인 고영양 고단백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갑상선암 환자는 혈중 칼슘 농도 저하를 보충하기 위해 멸치, 우유, 콩 등을 활용한 고단백 식단을 먹는 것이 좋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 전후에는 요오드 섭취에 제한을 거는 것이 좋은데 치료를 위해 섭취하는 요오드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중에는 요오드가 풍부한 해산물을 비롯해 정제 밀가루를 사용한 음식, 유제품 일체, 정제소금이 사용된 양념 일체를 제한해야 한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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