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의 밤거리에 비친 네온사인과 신시사이저 소리, 듣는 사람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음악, 바로 뉴트로 열풍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시티팝(city pop)입니다. 시티팝은 하나의 장르로 분명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AOR(Adults Oriented Rock)을 기반으로 재즈, 록, 소울, 펑크 등의 장점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왜 이토록 시티팝에 열광하는지, 그 매력을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시티팝이란?
70~80년대 일본에서 발매된 도시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음악을 일컫는 시티팝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일본의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내며 시대를 앞서간 느낌과 도시적인 느낌을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숨은 명곡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데요, 시티팝은 서구 팝과 그루브를 차용하여 재즈와 R&B적 요소가 가미된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티팝은 어디에서 나온 건가요?
일본은 버블 시대라고 불리는 성장기를 거치며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졌으며 당시 일본 음반사들은 해외의 유명 프로듀서와 최고급 장비를 도입하여 일찍이 음악적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이는 일본 가요 전체의 질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는데요. 절정에 다다를 즈음 미국에서 활동하던 펑크, 퓨전 재즈 분야의 유명 뮤지션들을 일본으로 불러와 디지털 음악을 기반으로 짜여진 곡들이 점점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는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냈습니다.
시티팝 장르의 특징
전반적으로 낭만적이고 낙관적인 분위기가 짙은 편이며 찬란하면서 매우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80년대 특유의 낙관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옛 느낌의 색채가 강해 구세대나 현세대 모두에게 그 시절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특유의 음악적 청량함으로 퇴근길 혹은 새벽에 가볍게 듣기 좋은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티팝이 재조명받는 이유
화려한 전자음악들 사이에서 시티팝이 은근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경제지표 악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쉴 새 없이 충돌하고 있는데, 이런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 만들어진 음악을 찾아 듣는 젊은이들의 심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시티팝은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고단한 퇴근길 야경을 바라보며 들으면 마치 휴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시티팝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
시티팝은 당시 풍요로웠던 생활 속에서 도시의 나이트 라이프나 한여름의 서핑 등을 소재로 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같은 소재들은 자본주의를 나타내기도 하며, 정치적이거나 심오한 부분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음반의 표지만 봐도 해변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나 휴양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볼 수 있고, 풍요롭고 여유로운 느낌을 주지만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무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시티팝 아티스트들
야마시타 타츠로, 다케우치 마리아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다작한 가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마니아들의 인지도도 높은 편으로, 현재 시티팝의 대표 격의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plastic love’는 2017년 한 유튜버가 업로드하면서 엄청난 조회수를 달성하였습니다. 유밍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마츠토야 유미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계의 거물과도 같은 존재이며 ANRI는 아이돌계 시티팝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미친 시티팝 영향
과거 한국 대중음악은 일본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거나 표절 시비가 있었던 작품도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이 허가된 것은 1998년부터였으며 시티팝은 원래 부를 입고 탄생한 음악이지만 우리나라의 시티팝은 불황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활이 힘들어지고 근심이 쌓이면 좋았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때문인데요. 2000년대 이후 시티팝의 견인차 구실을 한 가수는 김현철과 퓨전 재즈 그룹 빛과 소금, 015B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시티팝 신세대 뮤지션들이 김현철과 빛과 소금의 곡을 리메이크하여 앨범을 발매할 만큼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티팝 역사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노래들을 펑키하게 리믹스한 노래들이 SNS에 퍼지면서 흑인 음악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팝 음악들을 편하게 ‘시티팝’이라는 말로 일컫기 시작하며 비로소 한국의 시티팝이 정립되었으며 대표적으로는 1970년대에 제작된 김현식의 노래나 쎄시봉, 권인하 등의 노래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시티팝 추천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비롯한 1집 앨범은 한국의 시티팝 예시로 자주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정작 가수는 앨범을 제작할 당시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 또 다른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는 윤종신이나 백예린 등의 가수에게서 짙게 느낄 수 있으며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80년대 한국 가요 앨범의 커버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시티팝 추천
일본 시티팝 중 7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핫피 엔도’나 ‘틴 팬 앨리’ 같은 밴드에서 활동했던 호소노 하루오미, 스즈키 시게루, 야마시타 타츠로 같은 가수들의 곡이 대표적인 시티팝입니다. 16비트의 리듬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야마시타 타츠로는 도회적인 사운드와 재즈풍의 노래로 일본 내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고 있습니다. 타츠로의 노래는 CF곡으로도 많이 등장했으며 세련된 멜로디와 청량감 있는 리듬감이 특징입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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