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인맥 관리, 자기과시용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끝났다.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정보와 이벤트, 콘텐츠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정보와 감성을 채워준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웹툰, 일명 ‘인스타툰’은 짧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팔로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별한 매력을 선사하는 열 개 작품을 소개한다.
아빠는 여덟 살(@jhiro2)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과 당황의 연속이다. 그래서일까, 일명 ‘육아물’ 콘텐츠는 언제나 많은 인기를 누린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람이 듬뿍 담겨있는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빠는 여덟 살>은 일러스트레이터 유영근의 딸, 미래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톡톡 튀는 생각을 가진 미래와 사랑하는 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친구처럼 함께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미소가 가득 차 있다. <아빠는 네 살>부터 시작한 네 컷 만화가 사 년간 쌓아 올린 가족의 추억, 한번 정주행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감자(@g_zaing)
직장인 감자에서 퇴사 준비생 감자로, 백수 감자에서 유부녀 감자로. 감자의 변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감자는 일상의 희로애락을 감자 캐릭터에 담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는다. 블랙회사에서 빠져나온 일부터 남편 ‘훈남 씨’와 일사천리로 결혼을 진행한 일, 강원도 산골에서 운전면허를 따게 된 일까지. 모두 소소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에피소드지만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듯한 친근함은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매력이다. 때로는 씁쓸한 일상까지 숨기지 않고 자신의 방법대로 보여주는 인스타툰, 쿨한 듯 쿨하지 않아서 더 인간적인 감자의 하루하루를 함께 들여다보자.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
(@insup_cho)
한때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을 매듭짓는 일, 이혼에는 모두 제각각의 사연과 인생이 담겨있다. 18년차 이혼전문변호사 조인섭과 작가 박은선이 함께 보여주는 이혼 실화 인스타툰은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도 하고, 때로는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누군가는 남의 불행을 자극적으로 소비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각 에피소드 속 사람들의 행동과 결정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아직 각자의 행복보다 함께하는 불행이 더 존중받는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유튜브 채널 <친절한 조변>에서는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계란맨 소식지(@gyeranman)
재생종이에 볼펜으로 막 그린 것 같은 동글동글한 낙서 속, 귀엽지만 어딘가 뚱하고 냉철한 표정의 계란맨. 계란맨은 일상 속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짧은 생각들을 독자들 앞에 솔직하게 그려낸다. 과거 에피소드나 친구들과의 일화도 유쾌하지만 ‘부캐’나 ‘당근마켓’ 등 최신 트렌드를 다루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계란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일상의 가장 사소한 부분을 유머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식당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이 메뉴판을 공평한 위치에 놓은 것을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는 방향설정이지만 이렇게 펴주는 것이 전통’이라고 재치 있게 설명하는, 계란맨의 무심하고 시크한 매력으로 빠져보자.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
(@keykney)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을 작가가 그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칭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는 독자들의 사연과 요청을 바탕으로 한 컷 만화를 그린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부탁한 그림을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키크니만의 재치 있고 감동적인 해석과 남다른 작명 센스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자취 중이라 집밥이 그리운 독자에게는 맛있게 집밥을 해치우는 ‘천군맘마’ 만화를, 존재감이 높아져서 친구들이 자신을 초대해주길 원하는 독자에게는 ‘필히 부르는 사나이’ 만화를 선사한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DM 시스템으로 작명소를 열어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주고 있으니 도전해봐도 좋겠다.
뽈스토리(@pol_jacga)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하는 직업을 꼽으라면, 단연 경찰이 아닐까?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민중의 지팡이, 대한민국 경찰관의 에피소드를 담은 인스타툰 <뽈스토리>를 소개한다. 현직 경찰관이 직접 그리는 작품인 만큼,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가 일품이다. 작가의 경험을 비롯한 경찰관들이 제보한 사연 속 흥미진진한 이야기에는 일상을 지키기 위한 경찰관들의 노력과 시민을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한편 경찰 업무 중 일어나는 귀여운 실수 또한 만화로 그려져서 인간적인 매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마님툰(@manim_toon)
인기 유튜버 ‘올리버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올리버쌤과 결혼한 ‘마님’의 인스타툰을 살펴볼 때다. 올리버쌤의 고향 텍사스로 간 부부는 진돗개를 입양하고 임신, 출산을 준비하는 등 평범하고 아늑한 신혼부부의 생활을 보여준다. 올리버쌤의 영상이 텍사스의 다양한 모습과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마님의 만화는 두 사람 사이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와 한국인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 등 감각적이고 섬세한 매력이 있다. 진돗개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귀여운 딸 체리의 소식까지 들을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당장 구독하자.
간호사 비자(@rn.bizza)
병원에서 바쁘게 오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하루하루를 담은 만화가 있다. 간호사 비자는 작가 본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호사들의 사연을 만화로 그린다. 이 만화는 간호사들의 태움 사건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환자에게 치이고, 동료 간호사에게도 치이고, 힘겨운 업무에도 치이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사람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 만큼 간호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존경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사회적인 작품. 간호사와 환자 사이의 따뜻한 교감이 느껴지는 훈훈한 이야기나, 업무 중의 재미있는 일화를 다룬 에피소드도 있어 단짠단짠의 매력이 가득하다.
기므지우(@jiwoo_novi)
‘군필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기므지우의 인스타툰을 꼭 봐야 한다. 작가는 가족, 친구, 회사 동료와 함께하는 일상을 귀여운 그림으로 공개한다. 엄마와 누나와 함께 있을 때는 호구 같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동료와 아웅다웅하지만 그 실체는 음악, 운동 등 멋진 취미를 가진 게임개발자다. 취향이나 습관에 대한 솔직한 모습과 생각도 재미있지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의 곁에 함께하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당신도 어느새 기므지우 같은 친구가 가지고 싶어질 것이다.
틴틴팅클(@luv_nan2)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고양이가 등장하는 인스타툰도 많지만, 이 만화는 또 다르다. ‘틴틴’, ‘팅클’을 비롯한 다양한 고양이들이 사는 곳이 1980~90년대 한국의 인간 세상이기 때문.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양이들은 숙제를 하지 않아서 빗자루로 나무바닥을 쓸고, 썰매장에서 줄 서서 플라스틱 썰매를 타는 등 독자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어린 독자들이라도 귀여운 고양이들이 오순도순 우정을 나누고 가족과 소박한 행복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으니 이제는 틴틴이와 팅클이를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겠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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