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던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는 사실은 가까운 사람들에겐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큰 슬픔이자 상실이다. 고인을 보내는 장례식은 이러한 유족들을 위로하고 애도를 표하며 고인에게 마지막 예를 갖추는 엄숙한 의식이다. 이러한 장례식장을 찾을 때는 옷차림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데, 행여나 실수하지 않도록 조문 시 지켜야 할 예절과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숙지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방문 시간
고인을 장례식장에 모신 뒤 안치하고 빈소와 제단 설치, 음식 준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부고를 들은 시간을 기준으로 친인척이라면 가능한 빨리, 지인이라면 약 5시간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유가족과 함께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족들의 휴식 등을 고려해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3일 차에는 장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조문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옷차림
될 수 있으면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이 좋고, 부득이하다면 남색, 회색, 갈색 등 차분한 컬러의 옷을 입으면 된다. 액세서리나 화려한 치장은 삼가고 흰 양말이나 발가락 양말도 삼가는 것이 좋다. 맨발로 다니는 더운 여름철이라 할지라도 조문을 할 때는 따로 어두운 양말 한 켤레를 챙겨 가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부의금 액수
부의금은 홀수 단위로 내야 한다. 3만 원, 5만 원, 7만 원 등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반적으로 5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 고인이나 유족과 친한 관계라면 더 많은 액수를 내는 경우가 많으며 친분이 두터울수록 더욱 성의를 표현한다. 조의금 봉투는 장례식장에 비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의(賻儀), 추모(追慕), 근조(謹弔) 등이 한자로 쓰여 있다. 비치된 봉투가 없다면 봉투 앞면 가운데에 세로로 한자로 적어 사용하면 된다.
분향 또는 헌화 방법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부의록을 작성하고 부의금을 건넨 뒤 상주와 가볍게 목례로 인사하고 영정 앞에 선다. 향이 있는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향을 들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친 뒤 초를 통해 불을 붙이고 가볍게 흔들어 끄거나 손바닥으로 부채질해 끈 뒤 향로에 꽂는다. 만약 꽃이 있다면 꽃봉오리가 영정 쪽으로 향하게 해 제단에 올려놓는다.
절하기
절을 할 때는 공수를 하는데, 남자는 오른손을 위로 하고 여자는 왼손을 위로 해야 한다. 공수한 손을 눈높이로 올린 뒤 손바닥이 바닥에, 눈은 발등을 향하게 하고 남자의 경우는 왼발을 뒤로 조금 빼면서 공수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쪽 무릎부터 바닥에 꿇는다. 여자는 공수한 손을 눈높이에 둔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절하면 된다. 고인에게 2번 절하고, 상주와 맞절이나 가볍게 목례를 한다.
종교적 예의
종교에 따라서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의 경우는 향보다는 헌화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절이 아닌 목례와 묵념 또는 짧은 기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상주와도 맞절이 아닌 목례를 하고, 제사가 아닌 예배를 드린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지나친 표현 자제
고인과 친분이 두터운 경우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거나, 유족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표현으로 도리어 부담을 주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인과의 친분을 길게 설명한다거나 지나치게 크게 오열을 한다거나, 유족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 등을 길게 설명하며 부담스러운 위로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유족들은 이미 충분히 슬프고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위로가 아닌 피로만 가중시키게 된다.
음식 권하기
슬퍼하는 유족의 건강이 염려되겠지만, 자꾸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슬픔이 가득한 곳인 만큼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말과 행동도 유족들에게는 고통과 부담일 수 있다. 심지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조차 상을 당한 유족들에게는 해서는 안 될 인사말이다.
사인 묻지 않기
고인과 유족과 매우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고인이 돌아가시게 된 사인에 대해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장례식장에서 유족에게 대놓고 묻거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가십거리인 양 나누는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궁금하더라도 장례식장 안에서는 차분히 유족을 위로하고 성의를 표현하는 데 힘쓰고, 밖에 나온 후에 지인들에게 묻는 편이 낫다.
건배하지 않기
장례식장에서 무의식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술을 따른 잔을 서로 부딪히며 건배하는 행동이다. 건배는 서로 축하하거나 행운을 기원할 때 하는 행동이며, 장례식장에서는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또한 아무리 고인이 건강하게 장수하셨더라도 ‘호상’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에 ‘호상’이라는 말로 마음이 가벼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글 : 임수정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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