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다이어터들은 늘 칼로리와 포만감 사이에서 끝없는 저울질을 하며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덜 찐다는 음식들은 대부분 금세 포만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늘 먹던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살이 덜 찔 수 있을까 치열한 연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저항성 전분’이 주목받고 있다. 밥을 얼리면 저항성 전분이 생겨 칼로리가 2분의 1로 줄어든다는데, 과연 정말일까?
흰쌀밥의 유혹
갓 지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은 김치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을 자랑한다. 하지만 다이어터들에게 이러한 흰쌀밥은 악마의 유혹이나 다름없다. 바로 흰쌀밥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때문이라는데, 이 때문에 흰쌀밥 대신 현미밥이나 곤약밥과 같은 다른 밥으로 대체해 식사를 하기도 한다.
흰쌀밥의 문제
다이어터들이 흰쌀밥을 기피하는 이유는 흰쌀밥에 함유된 전분이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쉽게 분해되어 체내 인슐린 수치를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혈관 속에 떠도는 포도당을 세포로 넣는 역할을 하는데, 필요 이상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당이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혈관에 쌓인 당은 간, 복부 등으로 가서 지방으로 변하게 된다.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면 된다?
밥을 얼리면 칼로리가 2분의 1이라는 말은 이러한 쌀밥의 전분이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갓 지은 밥을 바로 먹지 말고,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면 다이어트에 큰 지장 없이 섭취할 수 있다는 것. 갓 지은 뜨거운 밥의 저항성 전분 함량에 비해, 24시간 냉장한 후의 밥의 저항성 전분 함량이 약 3배가량 높다.
저항성 전분이란
전분이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면 소화효소 분해가 어려워지고,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게 되고, 살찔 부담도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같은 탄수화물임에도 바나나가 낫다고 하는 것 또한 바나나에 저항성 전분이 많아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저항성 전분의 효능
저항성 전분의 열량은 1g당 2㎉로 일반 전분보다 절반 정도 낮다. 또한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저항성 전분은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며, 대장의 점막세포를 건강하게 하고 암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여 유방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항성 전분이 많은 식품 구별법
갓 지은 밥은 차지고 끈적끈적하다. 하지만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밥은 찰기가 거의 없다. 이처럼 찰기가 없는 쪽이 저항성 전분이 좀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즉 찹쌀보다는 멥쌀에 저항성 전분이 더 많고, 차진 고구마보다는 푸석한 고구마에 저항성 전분이 더 많다. 이처럼 식품의 찰기를 기준으로 가늠해본다면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다.
냉장고에 몇 시간 넣어야 할까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졌던 연구를 살펴보면, 백미를 냉장 온도인 4도에 하루 정도 식힌 뒤 다시 데워서 먹게 되면 상온에서 10시간 서서히 식힌 백미보다 아밀로오스 저항성 전분이 훨씬 높아졌으며 혈당수치도 밥을 먹은 사람보다 낮았다고 한다. 그러나 냉장 보관보다는 냉동 보관했다가 데워 먹는 편이 밥의 맛과 식감을 더 잘 살려낼 수 있기 때문에 냉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현미밥 대신 먹어도 될까
물론 냉장 또는 냉동했다가 먹는 것이 갓 지은 쌀밥을 먹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 해도 흰쌀밥을 현미밥으로 바꾸는 것만큼의 효과는 보기 어렵다. 저항성 전분의 증가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 정도 양이라면 밥을 차라리 덜어내고 먹는 편이 낫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포만감의 차이도 소중한 다이어터라면 꼭 흰쌀밥을 먹고 싶을 때 활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식품은 어떨까
흰쌀밥을 냉장고에 식혀서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를 할 때 많이 먹는 다른 식품들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저항성 전분의 양을 늘릴 수 있다. 감자나 고구마를 쪄서 먹더라도 갓 쪄서 뜨거운 상태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 것보다는 식힌 뒤에 먹는 것이 저항성 전분을 늘려 체중 조절이나 혈당 조절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빵, 파스타 등이라면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상위권에 늘 랭크되는 것이 빵과 파스타다. 만약 저항성 전분을 늘리고 싶다면 빵을 만들 때 병아리콩 가루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고, 국수나 파스타를 만든다면 밀가루 대신 메밀 성분을 높이거나 통밀, 현미 등을 사용해 만들면 저항성 전분의 섭취를 늘릴 수 있다. 힘든 다이어트, 저항성 전분과 함께라면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글 : 임수정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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