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세계적인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요절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2019년 심장 혈관 육종이라는 희귀암을 진단받았고, 이후 패션과 예술 문화에 걸친 여러 기관을 관장하며 암 투병 활동을 이어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던 버질아블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각국의 저명인사들은 물론, 패션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스트리트 웨어의 경계를 허물고 하이 패션계를 이끈 천재 예술가, 버질아블로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건축학을 공부한 버질아블로
버질 아블로는 재봉사였던 어머니와 페인트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버질 아블로는 대학시절 패션이 아닌, 토목 공학 학사와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패션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건축가 렘 콜하스와 프라다’의 협업이다. 이 협업에 영감을 받아 건축학을 공부하며 티셔츠를 디자인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칸예웨스트와의 만남
버질 아블로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 칸예웨스트다. 버질 아블로는 2002년 칸예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가 됐고, 2009년부터 칸예웨스트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 ‘펜디’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버질 아블로는 제이지와 칸예웨스트의 앨범의 아트 디렉터로 참석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첫 번째 브랜드, 파이렉스 비전
2012년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첫 번째 브랜드인 파이렉스 비전(Pyrex Vision)을 론칭하며 패션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이렉스 비전은 기존의 고급 패션의 ‘유행’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시작됐다. 폴로 랄프로렌의 인기 없던 의류 제품에 스크린 프린트를 입힌 디자인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일종의 예술적 실험으로 브랜드를 론칭했고 1년 후 파이렉스 비전을 폐쇄한다.
오프화이트 런칭
버질 아블로는 파이렉스 비전을 발판 삼아, 2013년 고급 스트리트 웨어 오프화이트를 론칭한다. 버질 아블로가 선보인 오프 화이트는 하이패션의 복잡한 구조 안에서 스트리트 웨어가 갖고 있는 멋과 디테일을 더해 새로운 룩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버질아블로는 오프화이트를 통해 새로운 하이패션을 선보이는데 성공했고, 브랜드는 점차 확장되어 매출과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더텐 컬렉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협업이라 할 수 있는 오프 화이트 X 나이키의 더 텐 컬렉션을 살펴보자. 2017년 버질 아블로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나이키 신발의 상징적인 10가지 실루엣 제품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 해내며 브랜드 가치를 수직 상승시켰다. 브랜드 트레이드 마크인 케이블 타이를 더해 유니크한 신발을 완성했으며, 한정적인 출시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글로벌 브랜드
‘루이비통 디렉터’가 되다
버질 아블로는 2018년 루이비통 남성복 레디 투 웨어 라인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다. 이로써 그는 프랑스 세계 최대 패션 기업인 LVMH 그룹 최초의 흑인 수석 디자이너가 됐다. 루이비통 디렉터로 선정된 후 첫 번째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리한나, A$AP Nast 등 유명 인사들이 런웨이 무대를 빛내주었고, 이후 버질아블로는 미국 패션의 진흥을 도모하는 CFDA(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의 이사회에 선임됐다.
음악을 사랑한 버질아블로
버질 아블로는 패션뿐 아니라, 음악에도 지속된 애정을 보였다.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을 10대 시절 디제잉을 시작하며 계속됐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하우스 파티에서 DJ를 맡기도 했다. 이후 버질 아블로는 DJ로서 국제적인 쇼에 서기도 하며, 2018년에는 독일의 유명 DJ ‘Boys Noize’와 협업하며 첫 싱글 ‘Orvnge’를 발매했다.
패션을 넘어 컬처 아이콘이 된
버질아블로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실험이라도 하는 듯 미술 전시회를 선보이기도 했다. 칸예 웨스트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던 중 만난 일본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일본 도쿄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2019년에는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서 그의 첫 단독 미술 전시회 ‘Virgil Abloh: Figures of Speech’에서 미술, 디자인, 음악 분야에 남긴 본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마지막 유작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마지막 유작이 공개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버질 아블로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하며 두 번째 협업 작품인 ‘프로젝트 마이바흐’ 전기 쇼카를 공개했다. 전기 쇼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설계했고 버질 아블로는 벤츠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고든 바그너와 함께 마이바흐의 럭셔리 정체성을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해석했다.
버질 아블로의 날
패션계를 비롯해 많은 예술 분야에서 활약해온 버질아블로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의 연예매체 TMZ는 현재 록퍼드가 ‘버질 아블로의 날’ 기념일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준 버질 아블로는 인종의 벽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천재 예술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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