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오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외산 과일 중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이 ‘바나나’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영양소도 풍부해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수입량, 소비량 모두 가장 많은 수입 과일로 꼽힌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바나나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는 ‘국민 과일’이라 부르기에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전 세계인이 먹는 바나나가 지역마다 각기 품종이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바나나인 ‘캐번디시’ 품종 외에도, 세계 각지는 다양하고 신기한 바나나 품종이 생산되고 또 소비되고 있다.
캐번디시 바나나
드워프 캐번디시 바나나, 혹은 줄여서 캐번디시 바나나라고 부르는 품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널리 소비되는 바나나 품종이다. 본래 중국과 베트남에서 재배되던 품종으로, 껍질이 얇은 편이며 본래 초록빛의 바나나 열매가 후숙되면서 노래지고 갈색 반점이 생기는 형태를 가진다. 캐번디시 바나나는 병충해 저항성, 운송 편의성이 뛰어나지만, 맛은 다른 품종에 비해 없는 편이라고 평가된다.
만자노 바나나
만자노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과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훨씬 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품종이다.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멕시코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며, 열매의 길이가 비교적 짧은 편이고 통통한 모습을 띤다. 완전히 익으면 열매는 검은색으로 바뀌며, 껍질을 벗겨낸 과육은 노란빛을 가진다. 혹자는 만자노 바나나의 맛을 사과나 딸기 과육의 맛에 비하기도 한다.
레드 바나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다양한 매체에서 묘사되는 바나나는 노란색 껍질, 하얀 속살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바나나의 껍질이 일률적으로 노란빛을 띠는 것은 아니다. 캐번디시 품종의 일종이며 카리브해와 아시아 지역이 산지인 ‘레드 바나나’는 붉은색, 오렌지색, 보라색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과육은 핑크빛을 띠는 바나나다. 향은 바나나의 일반적인 향에 딸기의 달콤함을 더한 느낌이며, 보존은 캐번디시 품종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피상 라자 바나나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피상 라자 바나나’도 인기가 많은 바나나 품종으로 꼽힌다. 껍질의 색은 노란색에서 주황색까지 다양한 편이며, 맛은 캐번디시 품종보다 부드럽다. 크리미한 질감에 농도가 높은 커스터드 맛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현지에서는 날것으로 먹는 것보다는 요리의 식재료로 주로 활용된다. 바나나 열매의 길이는 캐번디시 품종보다 조금 짧은 편이다.
레이디핑거 바나나
‘아기 바나나’로도 불리는 레이디핑거 바나나는 캐번디시 바나나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짧은 길이를 갖는 품종이다. 품종명 또한 성인 여성의 손가락 정도로 짧은 열매 길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껍질이 얇은 편이라 벗겨내기 쉽고, 후숙 과정이 짧아 껍질이 금방 검게 물든다. 맛은 캐번디시 품종에 비해 당도가 높아 달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레이디핑거라는 이름 대신 ‘좀바나나’로 불리기도 한다.
블루 자바 바나나
붉은색 껍질의 품종도 있는데 파란색 바나나라고 없을까. 놀랍게도 푸른 껍질을 가진 바나나 품종도 실재한다. ‘블루 자바 바나나’라는 이름의 이 품종은 달콤한 바닐라 맛과 극도로 크리미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는 품종이다. 껍질은 푸른색을 가지며, 벗겨낸 과육은 캐번디시 품종처럼 흰색을 띤다. 혹자는 그 특유의 맛 때문에 ‘아이스크림 바나나’라고도 부른다.
플랜틴
플랜틴은 겉만 보면 영락없는 바나나처럼 보이지만, 쓰임새와 풍미가 일반적인 바나나와는 다른 품종이다. 이 품종은 날것으로 먹지는 않고, 주로 껍질을 벗겨낸 과육을 식재료로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중남미 등의 더운 지역에서 자라며,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플랜틴을 과일이 아니라 ‘채소’로 인식하고 있다. 껍질은 캐번디시 품종보다 훨씬 두껍고,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바나나보다는 감자에 가까운 맛을 보인다. 그래서 플랜틴은 주로 ‘요리용 바나나’라고 불린다.
부로 바나나
캐번디시 품종보다 작고 평평한, 네모난 모양을 가지는 ‘부로 바나나’는 특이한 맛을 가진 바나나 품종으로 꼽힌다. 과육은 노란빛을 띤 흰색이며, 중심부로 갈수록 단단한 질감을 가진다. 껍질은 진한 녹색을 띠며 후숙 과정에서 점차 노란색이 진해진다. 레몬처럼 톡 쏘는 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부로 품종이 함유한 상당량의 비타민B, 비타민C, 마그네슘의 영향으로 주로 이야기된다.
핑크 바나나
벨루티나 바나나는 핑크빛의 특이한 열매를 맺는 품종으로, 열매의 색 때문에 ‘핑크 바나나’라고도 불린다. 인도 북동부와 히말라야산맥이 원산지로, 먹을 수 있는 열매는 숙성되면 저절로 껍질이 벗겨지는 특성을 가진다. 국내에서도 벨루티나 바나나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관상용으로 일반 가정에서 재배하고 있다. 종자를 심은 지 반년 정도가 지나면 싹이 나고, 1년이 지나면 꽃과 열매를 볼 수 있는 품종이다.
골드핑거 바나나
해충에 강한 바나나 품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품종이 바로 ‘골드핑거 바나나’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 주로 디저트용 과일로 많이 유통되는 골드핑거 품종은 온두라스 농업연구재단의 바나나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품종이다. 다만 맛은 캐번디시 바나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돼, 골드핑거 품종 또한 식재료로 더 많이 활용되는 바나나로 꼽힌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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