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레시피를 활용하는 것을 ‘모디슈머’라고 한다. 모디슈머란 수정한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가 더해진 말로, 제조업체가 제시한 조리 방법이 아닌 음식을 직접 새롭게 즐기는 소비자를 이야기한다. 모디슈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영화 ‘기생충’에서 등장한 ‘짜파구리’인데, 특히 인스턴트 라면 분야에서는 다양한 모디슈머 방식이 공유되고 또 활용되는 추세를 보인다. 지금부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함께 먹으면 훨씬 맛있는 인스턴트 라면 꿀조합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볶음 간짬뽕 + 공화춘 짜장
볶음 간짬뽕은 삼양식품에서 만든 인스턴트 라면으로, 국물이 없는 짬뽕이다. 물을 졸여서 끓이면 상당히 매운맛을 가진 라면인데, 이를 중화하면서 불맛을 더할 수 있는 레시피가 바로 공화춘 짜장과 섞어서 먹는 방법이다. 공화춘 짜장은 건조면과 함께 파우치에 레토르트 짜장 소스가 든 구성으로, 두 라면을 섞어서 먹는 방법은 군대에서 특히 애용된다. 군에서는 이 레시피를 ‘간화춘’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뚜기 치즈볶이 + 스파게티
오뚜기에서 컵라면으로 판매되는 치즈볶이와 스파게티 제품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컵라면이다. 특히 스파게티 제품의 경우에는 소위 ‘케첩면’이라 불리는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두 컵라면의 면을 같이 익힌 후, 섞어서 수프를 다 넣은 후에 함께 비벼서 먹으면 된다. 상당히 독특한 맛을 가진 두 라면이 중화돼, 순한 맛을 가진 따뜻한 볶음면으로 즐길 수 있다.
불닭볶음면 + 멸치 칼국수
극한의 매운맛을 자랑하는 불닭볶음면은 맛있지만 괴롭기도 한 매움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멸치 칼국수 제품과 함께 먹는 것이다. 멸치 칼국수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불닭볶음면 소스와 만나, 쫀득쫀득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이룬다. 국물 또한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느낌이 강해, 특히 해장용 라면으로 인기인 조합이다.
틈새라면 + 멸치 칼국수
멸치 칼국수는 원재료가 되는 라면의 매운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첨가 라면으로 활용하면 좋다. 멸치 칼국수에 더해서, 매운맛으로 유명한 국물 인스턴트 라면인 틈새라면을 함께 끓이는 것도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레시피다. 구수한 멸치 국물에 틈새라면의 매콤한 국물이 더해져, 묵진한 맛을 이루는 라면이 된다. 칼국수의 면발이 상대적으로 굵기 때문에, 틈새라면을 넣기 전에 미리 끓여두는 편이 좋다.
공화춘 짜장 + 불닭볶음면
간화춘의 레시피로 볶음 간짬뽕이 아니라 불닭볶음면을 넣으면 또 다른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두 제품의 면을 모두 넣고 끓인 후에, 물을 따라내고 액상수프를 넣은 후에 약불로 볶아서 조리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공화춘 짜장에 포함된 조미유를 넣어서 비비고, 불닭볶음면의 후레이크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처음에는 공화춘 짜장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뒷맛으로 불닭볶음면의 알싸한 매운맛이 올라오는 레시피다.
카레 볶음면 + 너구리
‘카구리’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레시피다. 끓는 물에 면이 더 두꺼운 너구리의 면과 수프를 넣고 1분간 끓인다. 그리고 이후에 카레 볶음면의 면과 수프를 넣은 후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끓여주면 완성된다. 매콤한 너구리의 맛에 카레가 더해지면서, 매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을 가진 라면으로 평가된다. 이 레시피는 어찌나 인기였는지, 농심에서 직접 ‘카구리 큰사발면’을 출시할 정도였다.
신라면 + 나가사끼 짬뽕
일본식 중화요리인 나가사끼 짬뽕은 우리나라에서 인스턴트 라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제품은 면의 굵기가 비슷해, 면을 같이 넣고 끓여도 된다. 자칫 심심한 맛이 될 수 있는 나가사끼 짬뽕에 신라면 수프의 매운맛이 더해지면서, 칼칼한 맛과 고기 육수로 끓인 듯한 시원한 맛을 함께 가진 짬뽕라면이 완성된다. 대파와 숙주를 함께 넣어서 끓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사리곰탕면 + 너구리
농심의 사리곰탕면은 1988년 출시된 긴 역사의 라면이다. 맵고 얼큰해야 라면이라는 통념을 깬 뽀얀 국물의 사리곰탕면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리곰탕면과 얼큰한 맛의 너구리를 함께 끓이면 사골 육수의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과 함께, 너구리의 시원함을 덤으로 느낄 수 있는 얼큰한 사리곰탕이 완성될 것이다.
오동통면 + 오뚜기 짜장면
오뚜기에서 너구리를 노려 출시된 우동류 라면 오동통면은 얼큰한 해물 국물을 가진 라면이다. 오동통면의 수프를 활용해서, 오뚜기 짜장면에 매운맛을 더한 짜장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면을 모두 넣고 끓인 후에 물을 버리고, 오뚜기 짜장면의 수프는 모두, 오동통면 수프는 절반을 넣고 볶아주면 완성된다. 해물맛이 강한 오동통면 수프 덕에 불맛이 강한 삼선짜장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치즈볶이 + 불닭볶음면
역시나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레시피로 ‘치즈볶이’를 섞어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다른 레시피와 달리, 여기에는 불닭볶음면 컵라면이 사용된다. 맵찔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운맛이 약해지면서, 특유의 감칠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치즈의 부드러운 풍미도 한층 더해지기에, 치즈볶이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도 도전해볼 만한 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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