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히 남는다.” 패션계 거장, 코코 샤넬이 남긴 명언이다. 이 유명한 문구에 딱 어울릴만한 아이템을 꼽자면 바로 트렌치코트가 아닐까. 트렌치코트는 성별, 나이, 스타일을 초월한 스테디셀러이자,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범용성 좋은 아이템이다. 이토록 완벽한 트렌치코트가 알고 보니 전쟁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 트렌치코트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트렌치코트 유래
트렌치코트의 트렌치(trench)란 영어로 ‘도랑’, ‘참호’라는 뜻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안에서 영국군 장교가 착용했던 우비에서 유래됐다. 비가 오는 날, 전선에서 참호를 파고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급됐다. 한마디로 전쟁 중 혹독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탄생한 옷이 트렌치코트다.
트렌치코트 특징
트렌치코트가 처음 탄생했을 때만 해도, 벨트로 여미는 단순한 우비 형태였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트렌치코트는 수류탄, 칼, 탄약통 등을 부착할 수 있도록 알파벳 D 모양의 고리를 갖추게 됐다. 또 옷이 마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손목 벨트까지 추가했다. 전쟁에서 필요해 만들어진 디테일들은 사라지지 않고 요즘의 트렌치코트에서도 발견된다.
존 에머리
트렌치코트를 최초로 개발한 건 런던의 리젠트 거리에서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던 존 에머리다. 그는 1851년 최초의 방수 울 원단을 개발했고, 곧바로 특허를 취득했다. 에머리는 회사 이름을 Aquascutum(아쿠아스큐텀)으로 바꿨고, 이는 ‘물’과 ‘방패’로 번역되는 라틴어 ‘아쿠아’와 ‘스쿠툼’에서 유래됐다. 존 에머리는 최초의 트렌치코트를 크림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에 보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버버리
그로부터 35년 후 버버리는 화학 처리된 긴 면섬유 실을 촘촘하게 짜는 트윌(Twill)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원단을 발견한다. 이 원단은 방수가 되는 동시에 다른 브랜드의 울, 고무 혼방 소재보다 뛰어난 통풍성을 갖고 있었다. 버버리는 1901년에 그의 새로운 트렌치코트를 영국 전쟁 사무소에 배달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의 전통적 스타일인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탄생했다.
트렌치코트, 대중적인 아이템이 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군복이라 인식했던 트렌치코트를 민간인들이 입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모든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던 군인들은 트렌치코트를 계속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장교들은 트렌치코트를 벗지 않고 꾸준히 착용하게 된다. 트렌치코트가 민간인들에게 계속 노출되면서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트렌치코트는 자연스럽게 대중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헵번
트렌치코트는 전설의 배우 오드리 헵번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은 매력적인 홀리로 남심을 유혹한 바 있다.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렌치코트를 입고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고양이를 찾으며 눈길을 끌었다. 또 조지 페퍼드와 폭우 속 격렬한 키스신에서도 트렌치코트를 멋있게 소화하며 트렌치코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배우로 각인되었다.
‘카사블랑카’ 험프리 보가트
트렌치코트는 영국 신사들이 모자와 우산과 함께 트렌치코트를 입기 시작하면서 남성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특히 영화 ‘카사블랑카’ 속 중절모에 트렌치코트를 걸쳤던 험프리 보가트의 패션은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험프리 보가트가 귀밑까지 깃을 추켜세우고 트렌치코트 자락을 날리며 걷는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애수’ 로버트 테일러
트렌치코트는 영화 속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성격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1940년작 영화 ‘애수’에서 로버트 테일러는 트렌치코트를 자주 입고 등장해 그만의 진중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로버트 테일러가 비비안 리와 비가 내리는 워털루 다리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트렌치코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
피터 포크가 유명한 형사 탐정으로 출연한 TV 드라마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는 헝클어진 머리, 부스스한 얼굴, 후줄근하게 구겨진 트렌치코트로 꾸미지 않은 독특한 형사 캐릭터를 창출했다. 키도 작고 도무지 형사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지만, 트렌치코트를 착용함으로써 진중하고 진실한 분위기를 더했다.
‘영웅본색’ 주윤발
‘영웅본색’은 홍콩 누아르물의 시초가 되었던 영화로 1987년에 개봉했다. 홍콩 누아르 장르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는 명작이다.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더라도, 배우 주윤발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성냥개비를 입에 문 장면은 알고 있을 것이다. 주윤발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화면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국내 트렌치코트 유행을 선도하게 된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