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제 기능을 상실한 것들인데도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마음으로 남겨두는 것인데요, 이렇게 쌓인 물건이 집 안 곳곳을 채우고 곧 방치되는데 이는 ‘저장강박’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저장강박은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인지하고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장강박증이란?
저장강박증이란 물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강박장애를 말합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주로 인지 기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인지 기능은 노화 현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인지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실제로 저장강박증 환자도 젊은 세대보다는 노년층에게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박장애 중 하나
강박장애 중 하나인 저장강박증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저장강박장애, 저장강박증후군 등으로도 불리며 오래된 신문, 잡지, 옷뿐만 아니라 심하면 실내가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로 내버려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5%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데 노인에게서 약 3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저장강박증이 생기는 원인
저장강박증은 뇌의 전두엽이 의사결정, 계획 세우기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뇌가 물건이 필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저장해두는 것인데, 물건을 판단하고 분류하는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유부단, 회피, 꾸물거림 등의 특징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장강박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인지훈련, 반응억제기법 등과 같은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해 신경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저장강박증은 병의 경계가 모호하여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여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를 받아도 다른 강박장애에 비해 완치가 어려운 편입니다.
젊은 나이인데 증상이 나타난다면?
노년층에서 자주 발현되는 강박장애가 젊은 나이에 나타났다면? 성인 ADHD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평균 연령 30대의 ADHD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약 20% 정도가 심각한 저장강박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ADHD 환자들은 저장강박증이 그들의 일상을 해치고 있어도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며, 반대로 저장강박증 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 진단되지 않은 ADHD 환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아시나요?
사진첩에 있는 사진을 지우기가 아까워서 저장 용량을 늘리고 USB에 담아서 사진을 저장하고 있나요? 이럴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사진과 파일 등의 데이터 자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장해두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생각보다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혹시 나도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서적 요인이 원인
정서적 요인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을 유발합니다. 데이터를 지움으로써 가치가 지워진다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그 데이터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해 지우지 못하는 것인데 특히 사진을 지우면 그때 느꼈던 감정, 추억 등이 다 증발해버린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평소 불안함과 우울함을 자주 느끼면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일상생활에도 지장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회사와 학교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게 됩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서 등은 빠르게 판단하여 분류하고 삭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업무가 지연되고 중구난방으로 일처리를 하게 되는 것인데요, 원래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수행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과감하게 버리는 연습해야
단순히 지우기 귀찮아서 삭제하지 않는 것은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닙니다. 지우는 행위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않고 언제든지 마음먹고 데이터를 지울 수 있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데, 혹시 자신이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집에서 치료하는 법
강박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고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나의 걱정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강박 행동은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병원에 가기가 꺼려진다면 집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강박 사고에 지나친 의미를 두지 않으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직접 적어보는 것입니다. 후에 적어둔 것들을 보면 나의 생각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무의미한지 깨닫게 될 것이고 귀찮고 하찮은 일들로 생각해 스스로 피하게 됩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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