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혈압은 안녕한가? 병원이나 보건소에 방문하면 혈압측정계가 팔 한번 넣어보라고 유혹한다. 몇 개의 숫자가 떠오르고, 둘 다 세 자리거나 둘 다 두 자리가 아닌 이상 우리는 대충 안심한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 우리가 정상 혈압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평소 혈압 낮추는 법을 잘 알고 생활습관을 정비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소리 없이 무서운 질병, 고혈압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혈압은 왜 우리를 위협할까
혈압이 높고 낮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대체 혈압이 뭘까? 혈압이란 말 그대로 피의 압력으로, 피가 혈관 속을 흐를 때 혈관 벽에 부딪쳐서 생기는 힘이다. 우리가 혈압을 측정하면 심장이 피를 내보낼 때의 혈압과 잠깐 쉬고 있을 때의 혈압, 이 두 개의 숫자가 나타난다. 우리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피가 잘 흐를 수 없게 되는데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높아지지만 비만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고혈압은 혈관 손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혈관이 터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당신도 잘 알 것이다.
고혈압과 저혈압
고혈압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고혈압과 짝을 이루는 질병 저혈압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정상 혈압은 80~120mmHg로, 고혈압은 90~140mmHg, 저혈압은 60~100mmHg인 경우를 말한다. 고혈압과 달리, 저혈압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기증, 두통, 무기력증 등의 증상부터 시작해 실신까지 이른다니 상당히 위험한 증상이다. 저혈압의 해결책은 잘 쉬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약을 처방받는 데에서 그친다. 참으로 답답한 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고혈압은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병이다.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왜 자꾸 올라가지? 고혈압의 원인
고혈압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2차성 고혈압은 신부전이나 내분비질환,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신체 질환이 원인이 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10%가량으로 원인 질환만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차성 고혈압은 어떨까? 2차성 고혈압에 비해 원인이 불명확하지만, 주요 원인은 어느 정도 동일하다.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스트레스 같은 요인이 바로 그것. 단순히 말해 건강한 일상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고혈압은 우리들을 찾아온다. 특히 기호식품 섭취는 고혈압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고혈압이 보내는 신호
고혈압의 별명을 들어본 적이 있나?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다. 이처럼 고혈압은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눈에 띄는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몸이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는 다음과 같은 응급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등은 혈압 상승에 의한 주요 증상이다. 이것이 심해져 혈관 질환이 발생하면 코피, 혈뇨,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위와 같은 증상이 발견되거나 평소와 몸 상태가 눈에 띄게 다르다면, 일단 병원에 가보자. 병원에 찾아가는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아프지 않을 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고혈압, 얼마나 위험할까?
고혈압 증상이 심각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혈압 이상과 혈관 손상으로 인해 뇌혈관 장애 증상, 협심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장기에 과부하가 걸리면, 장기와 혈관 문제는 물론 한순간에 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고혈압이 유발하는 합병증 때문이다. 고혈압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심부전 같은 이차적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그 위험이 대폭 증가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고혈압이다.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까?
여느 병이 그렇듯, 고혈압은 내원을 통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병원을 찾아갈 경우에는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에 방문하면 된다. 상황이 심각하여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가야 할 경우에는 심장외과로 가자.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최근 병원과 보건소뿐만 아니라 동사무소, 지하철역 등에도 공용 혈압측정기가 비치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미리미리 혈압측정을 해보며 자가진단을 하는 것이 좋겠다.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할까?
‘고혈압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고혈압 약을 먹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콧물을 닦아도 또 나올 테니 질질 흐르도록 내버려두겠다는 말과 같다. 어리석은 행동이라 이 말이다. 고혈압은 치료가 아닌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관리하는 동안에는 꾸준하고 철저하게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관리 상태가 좋아진다면 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증세가 호전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의사가 약을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당신이 고혈압이 정말로 낫고 싶다면 군말 말고 챙겨 먹자.
혈압을 내리는 행동
그렇다면 약 말고도 혈압을 내리는 방법이 있을까? 고혈압의 원인은 혈관이 좁아지는 데 있다. 그리고 혈관이 좁아지는 주요 원인은 불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부족, 무분별한 식사 등이다. 그러니 혈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도 명확하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습관을 갖추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숨이 찰 정도로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흡연, 음주 등 백해무익한 기호식품은 멀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당연한 일들 말고, 바로 혈압이 쭉쭉 내려가는 효과를 보는 기가 막힌 행동은 없을까? 없다.
음식으로 혈압 낮추기
혈압 상승의 주원인 중 하나는 짜고 기름진 음식이다. 지방과 염분은 체중 증가 및 근육량 저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그뿐만 아니라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을 막음으로써 고혈압을 비롯한 혈관 질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고기는 피해야 할까? 고기는 중요한 단백질원이다. 비계와 지방이 있는 부분보다는 순 살코기로 된 부위를 먹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채소와 곡류 등 자연에서 나온 식품들을 잘 챙겨 먹고, 염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을 낮추는 혈자리가 있다?
한의사들은 고혈압을 어떻게 치료할까?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의 원인을 크게 여섯 가지로 보며, 개개인의 체질에 맞춘 한약을 처방하여 혈압을 조절한다. 또한 혈압을 내려주는 혈자리에 침이나 부항 등을 놓아 치료한다. 대표적인 혈자리가 ‘인영혈’이다. 인영혈은 쇄골 위 맥박이 뛰는 두 개의 혈로, 번갈아 가며 5~7초씩 지압해주면 혈압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인영혈은 편도선염, 기관지염, 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꼭꼭 기억하자. 또한 체하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누르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자리, 합곡혈도 혈압을 낮춘다고 한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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