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 중장년층의 질환이라는 생각, 이제는 버려야 한다. 최근 젊은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9년 2, 30대 중 고혈압 진단자가 23만 1692명이라는 충격적인 통계 결과를 내놓았다. 2015년 17만 1529명에서 35%나 늘어난 수치라고 하니, 4년 사이에 현대인의 생활에 큰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은 아직 고혈압에서 자유로운가? 본 글을 읽고 자가 점검해보자.
고혈압 인지, 낮아도 너무 낮다
젊은 세대들에게 고혈압은 아직 ‘부모님의 병’처럼 느껴진다. 5, 60대 혹은 적어도 40대는 되어야 찾아올, 노화의 산물처럼 인지하고 있는 것. 하지만 고혈압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젊은 세대라고 피해갈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혈압이 높아지는 이유는 혈관이 좁아지면서, 피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증가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노화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젊은 세대의 경우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젊은 고혈압의 대표적인 원인은 나쁜 생활습관에 있다. 염분 과다 섭취, 운동 부족, 음주, 흡연, 스트레스, 비만까지. 건강을 해치기 위해 법 어기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더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인의 불규칙한 삶 때문이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야근 후 게임하다가 잠들고, 술과 담배로 고통을 잊고, 주가 떨어져서 스트레스받는 모든 일들이 당신의 혈압을 높인다는 것. 하지만 원인은 또 있다. 다낭성 질환, 부신 종양 등 유전 질환이나 갑상샘 문제, 수면 무호흡증 등도 혈압 상승의 요인이다. 게다가 호르몬제 약품의 부작용도 고혈압이라고 한다. 그러니 아직 젊은 그대, 이제부터라도 긴장하고 스스로의 삶과 혈압을 돌아볼 때다.
고혈압이 일찍 생기면
사망 위험도 커진다
그렇다면 중장년층의 고혈압과 젊은 세대의 고혈압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위험할까? 대개는 중장년층의 고혈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중장년층은 몸이 노쇠했기 때문에 고혈압 외에도 여러 가지 질병이 있고, 그 결과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의 고혈압이 더 치사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고혈압의 주요 원인인 나쁜 생활습관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삶의 여유가 있고 건강을 염려하는 중장년층과 달리, 사회생활을 우선순위에 두는 젊은 세대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그 결과 고혈압 증상은 더욱더 악화된다. 또한 젊은 나이에 혈압이 높으면 더 일찍, 더 오래 혈관이 손상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졸중, 동맥경화 등 회복이 어려운 합병증이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콩팥 손상으로 주변 장기까지 이상이 생기거나, 심부전이 나타나 심장 자체에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일상생활 정도가 아니라, 목숨 보전이 문제인 지경이다. 그러니 젊은 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또래는 물론이고 고연령 고혈압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겨울에 춥게 입어도
고혈압 위험 높아
고혈압 방지 및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중 하나가 바로 고혈압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신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 발산을 막으려 한다. 그 결과 심장박동 수가 증가하고,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한다. 건강한 사람은 적당히 견딜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고령 환자나 고혈압 위험군에게는 곧바로 치명적인 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은 12월부터 2월 사이, 즉 겨울에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다른 달에 비해 최대 25%까지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겨울과 아침이 만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아침 시간대는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때이자, 고혈압 환자의 혈압약 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때다. 게다가 뇌가 몸을 잠에서 깨우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면 곧바로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겨울 아침에 외출하거나 운동하는 것은 삼가야 하겠다. 물론 규칙적인 운동은 체중 감량을 통해 고혈압을 호전시키니, 따뜻한 낮 시간대나 실내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혈압 관리의 시작은 꾸준한 측정
나쁜 생활습관과 불행한 유전 질환 그리고 호르몬제 투약. 위의 요인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당신은 고혈압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신체 상태를 알아야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관리 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이미 고혈압인지, 고위험군인지, 정상 범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증상이 아닌 혈압 수치 알기에 있다.
혈압 측정은 상당히 많은 곳에서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 동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는 혈압측정기를 비치하고 누구나 상시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외출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가정용 혈압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측정된 두 개의 숫자는 각각 피를 내보낼 때의 혈압과 잠깐 쉬고 있을 때의 혈압으로, 정상 혈압은 80~120mmHg, 고혈압은 90~140mmHg이다. 만약 60~100mmHg라면 저혈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며 신체 변화를 확인해야 원활한 자기관리는 물론 위급한 상황에 병원 내원도 가능하다.
고혈압, 어떻게 예방할까?
아직 고혈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고혈압이 아니지만 고혈압에 가까운 수치, 즉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환경이나 섭취하는 음식 등 몇 가지 요인으로 곧장 고혈압이 될 수 있으니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먼저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 술과 담배, 부족한 수면, 운동을 등한시하는 생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개쯤 가지고 있을 법한 나쁜 습관이다. 위의 습관들은 모두 고혈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니 완전히 그만두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줄여가기를 권한다. 특히 나쁜 식습관과 음주는 고혈압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도 고혈압 예방의 핵심이다. 스트레스는 심장박동 수를 증가하게 하고 그 결과 혈관 수축, 혈압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대인에게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화가 난다고 해서 자신의 혈압을 올릴 필요는 없다. 건강하고 평온하게, 오래 사는 것이 세상에 이기는 것이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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