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행거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옷을 고르는 재미만큼, 내 방에 편하게 앉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긴 옷들을 결제하자니 이런 생각이 든다. ‘도착했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잘못 골라서, 예상했던 것과 달라서 옷장 한구석에 쌓인 인터넷 쇼핑 옷들이 한가득이라면 딱 다섯 가지 사실만 기억하자. 당신의 쇼핑 예지력이 쑥쑥 상승할 것이다.
사이즈 말고 치수를 보자
옷을 예쁘게 입으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다름 아닌 핏(fit)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좋은 브랜드라도 내 몸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옷이 우리에게 얼마나 맞고 입었을 때 어떤지 잘 살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쉽다. 나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을 탈의실로 들고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확인해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라면 약간의 문제가 있다. 바로 사이즈 표기의 함정이다.
사진 : 저스트원 쇼핑몰
예를 들면, 자주 사용되는 사이즈에는 S, M, L 또는 44, 55, 66 등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나 옷을 제작한 공장에 따라 같은 M이라도, 같은 55라도 부위별 사이즈가 다를 수 있다. 어떤 L은 M만큼 어깨가 좁고, 어떤 S는 생각보다 크다. 게다가 free 사이즈라고 표기된 옷을 보고 있자면 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free인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쇼핑몰 상세 페이지에는 총장, 어깨, 가슴, 밑위 등 옷의 실제 사이즈가 기록되어 있다. 내 몸이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치수가 가장 편했는지를 기록하고 참고하면 되는 것이다. 그 전에 내 몸의 정확한 사이즈부터 아는 것이 우선이니, 서랍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줄자부터 꺼내자.
원단 성분을 읽어라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가 필요한 것처럼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단이 필요하다. 밀가루의 질이 빵의 맛을 결정하는 것처럼, 원단의 질이 옷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옷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지, 얼마나 고급스러워 보이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원단이다.
그렇다면 원단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울, 실크, 폴리에스테르처럼 익숙한 원단이 있는 한편 레이온, 비스코스처럼 약간 생소한 단어들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옷에 대한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의 옷을 직접 만져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성분은 우리에게 많은 힌트를 준다. 원단의 대략적인 특징을 알고 있다면 내가 만졌을 때, 입었을 때 어떤 감촉일지 예상해볼 수 있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폴리에스테르나 레이온처럼 값싼 합성섬유 원단이라고 해서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옷과 알맞은 원단이 쓰였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블라우스라도 편하게 입으면서 집에서 대충 빨고 싶다면 폴리에스테르를, 매번 세탁소에 맡겨야 할 만큼 고급스러운 옷이 좋다면 실크를, 아토피가 있다면 면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선택을 조금 더 섬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원단성분이 하는 일이다.
화보와 상세컷을 꼼꼼히 보자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화보는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왜 그럴까? 일단 화보에는 카메라 보정에, 조명에, 전문가의 스타일링이 더해진다. 게다가 촬영 전 박음질이나 단추도 판매용보다 꼼꼼하게 체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 쇼핑몰의 경우 판매용과 화보용의 옷이 다르다는 소문도 있다. 이러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터넷 쇼핑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화보뿐이라면, 화보를 잘 들여다보는 수밖에.
사진 : 헬로스위티 쇼핑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화보의 배경이나 소품에 휩쓸리지 않고 옷만 보는 것이다. 만약 후드티를 광고하는 화보에서 후드티의 절반을 가리고 있다면? 옷의 핏이 좋지 않거나 마감이 나빠서 가리기 위한 수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러 장을 찍었음에도 한쪽 방향만 계속 보여준다면 이 역시 의심해볼 만하다. 가봉이 잘되지 않은 옷걸이에 걸려있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람이 입고 있으면 어딘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쇼핑몰은 이 사실을 가리기 위해 애를 쓴다.
제공하는 상세컷도 잘 살펴보자. 노련한 쇼핑몰들은 자신의 옷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기 위해 상세컷을 공들여서 찍는다. 꼼꼼한 스티치, 밴딩 등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많다면 쇼핑몰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고 보아도 되겠다. 반대로 상세컷이 너무 적거나, 멀찍이서 대충 찍었다면? 결제를 멈추고, 조금 더 의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쇼핑몰과 비교하자
디자이너 브랜드나 쇼핑몰만의 자체제작 상품이 아닌 이상,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공장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기성품이다. 그 말인즉슨 A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는 B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기본템일수록 여기에서 파는 물건을 저기에서도 파는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사고 싶은 게 당연하다. 오프라인 쇼핑의 경우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인터넷 쇼핑에서는 손가락 몇 번 더 움직이면 그만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쇼핑몰들을 돌아보고 있자면 처음 골랐던 것보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꼭 일일이 쇼핑몰을 돌아볼 필요도 없다. 입점한 쇼핑몰을 비교해볼 수 있는 어플 ‘지그재그’를 사용하면, 같은 검은색 카디건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이 비슷한 옷이라도 조금 더 핏이 좋거나, 조금 더 디테일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구매 후기 속 힌트 읽는 법
모든 정보를 확인한 후에도 여전히 불안하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을 도와줄 ‘구매 후기’가 있다. 많은 쇼핑몰들은 고객에게 적립금을 지급하면서 문장이나 사진으로 구매 후기를 남기기를 유도한다. 실제로 구입한 사람의 감상만큼 끌리는 광고도 없기 때문이다.
후기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단연 사진이다. 입고 있는 사람의 체형과 옷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어떤 옷과 입고 있는지 잘 보자. 많은 쇼핑몰들이 후기 작성자에게 키나 몸무게 등의 스펙을 기록하게 하기 때문에, 내가 입었을 때의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옷을 입은 사진 속 사람이 편안해 보이느냐는 것이다. 날씬해 보이기 위해 숨을 잔뜩 참고 옷을 입고 있는 거라면, 우리도 옷을 입을 때마다 그래야 할 테니까.
사진 : 저스트원 쇼핑몰
후기 속 문장도 세심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매가 길거나 짧은지, 실제 색이 화보와 비슷한지, 입고 밖으로 나갔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읽고 있으면 내가 그 옷을 입었을 때를 가늠해볼 수 있다. 나보다 먼저 경험해본 고객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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