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더라도 낮에는 나름 쾌적한 생활을 보낼 수 있다. 외부 활동이 잦은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쾌적한 실내에서 여름 한낮을 어렵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어딜 가던 더운 여름날에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켜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밤의 ‘열대야’로 인해, 많은 이들은 여름밤을 잠들지 못하고 지새우고는 한다. 열대야는 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
열대야 현상의 기준
열대야는 여름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상일 경우에 칭하는 용어다. 해가 진 밤에도 잠들기 힘들 정도로 더운 기온이 이어지는 것을 열대야라 칭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밤 내내 더운 기온이 지속되더라도, 새벽 시간에 잠깐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그건 열대야로 칭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기준은 지난 2009년, 기상청이 열대야 기준을 일 최저기온에서 밤 최저기온으로 재정의하며 바뀌었다.
열대야의 원인
열대야가 발생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습도’를 들 수 있다.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비가 오지 않아도 습도가 높은 날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습도가 일교차를 줄여버리기에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쉬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 습도가 높지 않는 지역의 경우에는 한여름이 우리나라보다 더 덥더라도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게 된다. 사막의 밤은 춥지만 우리나라의 여름밤은 사막보다도, 심지어 아프리카보다도 더 덥다.
한국의 열대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연간 약 7일 정도 열대야가 발생한다. 남부 지역일수록 열대야 일수가 많으며, 위로 올라올수록 이는 줄어들게 된다. 중부 지역에서 가장 열대야가 많은 곳은 강원도 강릉시, 그리고 서울특별시다. 열대야의 인공적인 원인으로 도시의 열섬 현상이 지목되고 있기에, 서울에서 열대야 일수가 많은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은 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제주도 서귀포가 전국에서도 가장 열대야 일수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 30년 평균으로 따지면 제주시, 서귀포시 모두 연간 열대야 일수는 30일이 넘는다. 육지에서는 경상북도 포항시, 그리고 분지인 대구광역시 또한 열대야 일수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은 연평균이 20일에 육박한다.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여수시, 목포시, 창원시 등이 연평균 15일에서 17일 사이로 그 뒤를 잇는다.
초열대야란?
열대야라는 말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말이 아니라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 최저기온이 30℃ 이상인 날을 ‘초열대야’로 분류해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열대야란 말을 잘 쓰지는 않지만, 열대야 현상이 극히 심할 때 가끔 이 표현을 꺼내 쓰고는 한다. 우리나라에서 초열대야는 1942년 7월 26일 강릉시에서 최초로, 그리고 2018년 8월 2일 서울에서 역대 2번째의 사례가 관측된 바 있다.
세계 각국의 초열대야
초열대야가 관측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초열대야까지 더운 밤이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태국,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인도, 파키스탄 등의 남아시아에서는 굉장히 흔하게 관측된다. 일본에서는 초열대야 현상이 역대 11개 지역에서 13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서도 2003년 8월 상순 우한시에서 초열대야가 관측된 적이 있다.
열대야 해결 방법
열대야는 더위 때문에 힘든 것보다, 이를 통해 오게 되는 수면 장애가 훨씬 괴롭다. 가장 좋은 방법은 냉방 기기를 가동하는 것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 전기요금이 비교적 적게 드는 인버터 에어컨을 미리 장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냉방 기기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열대야 시즌에 수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면 영양제 등을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
더위로 인한 불면증은 낮에 집중력 저하, 졸음 등의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열대야로 인해 다음 날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극심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 불량 등을 동반하는 증상을 ‘열대야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열대야의 수면 장애는 방치할 경우에는 불면증, 그리고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열대야로 수면 리듬이 깨진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화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쾌적한 밤 보내기
방의 온도는 물론 습도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수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와 습도며, 수면에 적절한 약 50%의 습도를 유지해야 열대야 증후군을 피할 수 있다. 에어컨으로 단순히 빠르게 시원한 온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동해 실내 습도가 적절히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취침 전에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운 날씨라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유지시키기를 추천한다.
열병 조심!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서 사람들은 온열병에 노출될 수 있다. 온열병은 의학적으로는 고체온증이라 불린다. 열경련, 열탈진, 열사병의 세 가지로 나눠지며, 뜨거운 열 때문에 발생하는 응급 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열 질환을 겪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더위가 집중되는 낮에는 장시간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밤에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해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여름에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때라 할 수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