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흡연 대국’ 러시아에서 한국 담배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장악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산 담배가 흥행몰이를 하며 현지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러시아 흡연율은 4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담배동향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글로벌 흡연율 22.3%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러시아 담배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150억달러(약 19조5770억원)로 추산된다.
러시아 정부가 흡연 대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대대적 금연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시장이 성장할 정도로 담배를 향한 러시아 사람들의 애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러시아 담배 판매량은 16억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났다. 캡슐형 필터, 공간 필터 등이 적용된 가향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일반 담배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의 캡슐형 필터 담배가 러시아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러시아 시장 내 한국 담배 공급량은 324만달러(약 4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공급량에 비해 11배 이상 치솟은 수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 시장 철수 계획을 발표한 러시아 담배 시장 ‘박4’ BAT, 필립모리스, 임페리얼, JTI 등의 시장 지배력이 떨어진 것도 한국 담배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임페리얼은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으며, BAT는 연말까지 현지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계획이다.
코트라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은 “한국 담배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캡슐형 필터 담배, 중장년층을 겨낭한 일반 필터 담배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담배의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 “강점을 살려 시장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면 한국은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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