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지만 이를 배터리 산업의 위기로만 해석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핵심 광물부터 배터리 완제품까지 공급망 확충에 힘쓰고 있어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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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샘 아부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판매는 증가하고 있으나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짐 애플턴 뉴저지 자동차소매연합 회장도 “처음 10%는 쉬었으나 다음 90%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성장은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이후 더 높은 성장률은 실현이 어렵다는 뜻이다.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와 맞물려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2025년 말로 1년 연기했다. 혼다와 저가형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했다. 포드는 120억 달러(약 15조5500억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를 미뤘다. SK온과의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추진한 켄터키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도 일시 중단했다. 테슬라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을 연기했다.
완성차 업체가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전기차 산업의 위기’로 분석한다. 하지만 거꾸로 준비된 배터리 제조사와 광업 회사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그 근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해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IRA가 시행된 후 미국은 700억 달러(약 90조7500억원) 이상의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관련 투자를 유치했다. 14개 배터리 기가팩토리가 발표됐고 생산능력은 67%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에 따르면 미국 기가팩토리 용량은 작년 7월 706GWh에서 1년 만에 1.2TWh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은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광산 개발에 필요한 복잡한 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광산 개혁에 착수했다. 12개 주의 20개 배터리 소재 제조·가공 프로젝트에 총 28억 달러(약 3조6300억원) 보조금도 지급했다.
테슬라의 니켈 공급사인 탈론 메탈스의 토드 말란 최고 대외협력 책임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 감소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 허가 과정의 개선, 충분한 건설 기간 확보는 생산적”이라며 “이는 발전을 위한 전략적 후퇴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수주 기대감도 여전하다. 미국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삼원계 배터리 제조와 공급망 관리에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니켈 함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향상시킨 미드 니켈(Mid-Nickel) 배터리와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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