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이 차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듣는 순간 ‘연비’, ‘하이브리드’, ‘토요타’,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연비,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지금까지 토요타 프리우스는 그랬고,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선구자라는 라틴어에서 가져온 이름 ‘프리우스’는 스스로 하이브리드시대를 만들고 성장시켰고 트렌드를 만든 말 그대로의 선구자였다. 4세대 프리우스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5세대 모델로 진화한 프리우스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격이 달라졌다. 마치 프리우스 안에 86의 DNA를 이식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이번 5세대 토요타 프리우스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도, 실제 느꼈던 부분도 “연비”가 아닌 “퍼포먼스”였다.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던 날, 토요타 프리우스를 시승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개발에 참여했던 오야 사토키 디퓨티 테크니컬 매니저는 두 가지 포인트가 프리우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첫눈에 반하는 디자인”,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는 드라이빙”이다.
프리우스의 디자인은 4세대 까지는 오로지 연비에 모든 것을 집중한 나머지 호불호가 너무나도 세게 구분될 정도의 디자인이었다. 연비를 위해서는 이 정도 디자인은 포기해도 좋아, 이해할 수 있어 정도의 디자인에 대한 관용성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5세대 프리우스는 디자인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연비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연비는 기본이니 이제 디자인을 과감하게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변했다. 디자인은 확실히 달라졌고, 이상하다, 못생겼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고 이 차가 정말 그 프리우스였나? 싶을 정도로 멋지고 섹시하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마음을 사로잡는 드라이빙”이라는 말이었다. 실제 프리우스를 타고 달리면서 느껴보는 것이 그 말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프리우스는 4세대까지 사용하던 콕핏 디자인을 완전히 버렸다. 그리고 살짝 푸조가 사용하는 아이콕핏과 유사해 보이는 아일랜드 아키텍처 콘셉트를 적용해 있을 것이 있는 요즘 신차 같은 느낌이다.
대시보드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차량 정보가 간결하게 표시되며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어 센터 디스플레이를 보지 않더라도 운전에 집중하기 쉽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 위에 디지털 클러스터가 보이기 때문에 별도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전방 시야에 충분히 들어오고 운전 시에도 불편함은 없다. 프리우스는 실내에서부터 4세대까지의 향기들을 완전히 지우고 출발한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가지 버전을 출시했다. 먼저 하이브리드 버전을 시승하며 과연 얼마나 드라이빙 성능이 좋아졌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시승을 시작하며 20m도 채 가기 전에 도로가 움푹 팬 곳들이 많이 보인다.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움푹 팬 곳은 피해 가야 하지만, 얼마나 충격을 잘 견디는지,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어떤지 보고 싶어 그대로 지나가 본다.
어? 머릿속에 든 느낌이다. 생각보다, 생각 이상으로 프리우스의 충격 흡수력이 좋다. 불쾌한 잔진동이나 통통 튀는 기분 나쁜 움직임이 없다. 다시 20m 앞에 있는 과속 방지턱을 넘어 본다. 어어? 너무 부드럽다. 단단한 세팅의 서스펜션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이전의 프리우스였다면 뒤에서 불쾌한 잔진동과 통통 튀는 움직임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다.
다시 도로로 나가 80km/h 구간을 달린다. 하이브리드답게 최대한 전기 모터를 활용해 달린다. 추운 날씨로 인해 하이브리드가 제대로 작동할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프리우스는 왜 프리우스인지 스스로 증명하며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공인연비는 하이브리드가 20.9km/l 지만, 30분 정도 다소 가혹하게 주행을 했음에도 23.0km/l가 넘는 연비를 보인다. 연비는 덤인가? 아니면 아무리 밟아봐라, 연비 20km/l 이하는 보기 힘들걸? 하는 프리우스만의 유머일까? 연비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고속도로를 나와 와인딩 구간에 진입하면서 프리우스를 조금은 거칠게 움직여본다. 프리우스는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부분 구조를 변경해 횡굽힘 강성도 15% 향상시켰다고 한다.
프리우스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잘 따라온다. 살짝 뒤가 흐르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보지만 보란 듯이 차체를 바로잡으며 바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보면 주행 한계가 대폭 확대된 것 같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굽이치는 와인딩 코너들을 빠져나가면서 프리우스는 이 정도는 나도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듯 거침없이 움직인다.
주행 중 놀라운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엔진 사운드가 변한 것이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으면 이전의 프리우스는 1.8리터 엔진이 비명을 지르며 제발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듯 거친 소리를 냈었는데, 2.0리터 엔진을 탑재한 5세대 프리우스는 살짝 ‘그르르르릉’ 거리는 듯한 사운드가 실내로 들려온다. 엔진 사운드가 일단 묵직해졌다. 1.8리터 엔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묵직해지고 중저음의 사운드로 변했다는 의미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엔진과 비교하면 안 된다.
프리우스의 엔진은 할 수 있는 영역까지 쉬지 않고 회전수를 올리고 내린다. 그 반응도 상당히 빠르고 강력하다. 그래서 196마력이라는 수치가 피부로 더 와닿는다. 과거 120마력대의 무기력했던(?) 엔진과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어쩔 수 없는 e-CVT 미션이다.
CVT 미션의 특성상 변속 되는 느낌이 없이 그대로 밀어주는 느낌이 있을 뿐 스포티한 주행에 옥에 티라고 할 정도의 아쉬움이 남는다. 엔진의 힘을 e-CVT 미션이 살짝 흘려보내는 듯하다. 만약 패들 시프터라도 있었다면 크게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총 80km를 주행하는 동안 프리우스는 평범함 그 이상, 4세대까지 가지고 있던 프리우스에 대한 아쉬움을 확실하게 제거하고 새로운 특징 “달리는 즐거움”을 보여줬다.
더 이상 연비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차는 아니다.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스포티하게 달릴 수 있고, 연비도 좋은데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프리우스는 이제 구매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도 될 것 같다. 프리우스는 이제 연비에 더해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새로 가지고 돌아왔다.
프리우스가 보여줄 “퍼포먼스”는 분명 “어?”, “와!” “이야~!” 같은 감탄사가 증명할 테니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프리우스를 경험해 본다면, 마음 한곳에 가지고 있던 편견은 한순간 사라질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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