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를 떠나지 않았던 현대자동차가 결국 현지 공장 매각에 나선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닛산, 도요타 등이 ‘탈(脫) 러시아’를 강행할 때도 버텼던 현대차도 2년 가까이 공장을 세워둔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sia·HMMR) 지분 매각 안건에 승인했다.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와 공장 지분 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다. 매각금액은 1만루블(약 14만원)으로, 2년 내 다시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도 걸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AS 서비스 운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는 정몽구 명예회장 주도로 지난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구축했다. 동유럽 시장 교두보 확보, 첨단 우주항공 기술 도입과 관련한 러시아 측의 협조 등 전략적 목표를 포함한 결정이었다. 2021년 8월엔 시장 점유율 27.5%로 현지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러·우 전쟁 발발 이후에도 기아 ‘리오’, 현대차 ‘쏠라리스’ 등이 판매 1,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3월부터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중단했고,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올해 판매 점유율도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현대차·기아의 누적 판매 점유율은 1.4%에 불과했다. 공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셈이다.
당초 현대차는 HMMR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지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소량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급업체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생산 재개에 따른 2차 제재와 글로벌 평판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나홋카 항구를 통한 새로운 물류 체인 구축에도 실패하며 운송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지 못한 상태에 이르면서 결국 공장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현지 판매에 차질이 크게 발생했다”며 “공장을 매각하는 것이지, 현지 판매법인, 서비스 법인은 유지하기 때문에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2년 내 바이백 옵션이 걸려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공장 재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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