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 내지 이기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는 듯 하다. 개인주의는 단체나 조직 및 국가보다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든 우선한다는 사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비해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타인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을 정당화한다.
첫번째 사례를 보자. 고속버스에서 앞좌석 승객이 등받이를 과도하게 젖혀 뒷자리 승객과 다툼을 벌이는 좌석 ‘등받이 논쟁’이 지난해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앞좌석 승객은 뒷좌석 승객이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버스 기사가 “의자를 조금만 올려달라. 완전히 펴(직립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양해를 구하지만, 이 승객은 “이렇게 의자가 만들어진 것을 어쩌라는 거냐. (뒷좌석 승객이) 불편한 건 감수해야지”라고 말한다. 본인만 편하면 뒷좌석 승객은 불편하건 말건 전혀 관계 없다는 투다.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과연 남아있기라도 한 건지 의심이 갈 정도의 행태다.
시민의 평가도 비슷하다. “뒷사람이 없으면 몰라도 저렇게까지 젖히지 않는 게 예의다” “어쩜 저렇게 이기적이냐”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런 민폐 사례가 없도록 의자를 만들 때 아예 등받이가 일정 각도 이상 젖혀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좌석 등받이 각도에 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승합ㆍ화물ㆍ특수자동차의 경우 앞좌석 등받이의 뒷면과 뒷좌석 등받이의 앞면 간의 거리가 65cm 이상이어야 한다는 좌석 사이 거리 규정만 있을 뿐이다. 제도상의 미비가 과도의 이기적 태도와 결합돼 많은 이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따라서 버스 제조사나 운영 회사가 좌석 간격과 등받이 조절 범위와 관련해 승객 개개인의 편안함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먼저 아닐까.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만큼 다른 승객을 배려할 줄 아는 세심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번째 사례. 대기 손님이 30~40명 가량 되는 상황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30분째 수다를 이어가며 자리를 떠나지 않아 고민이라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과연 그 손님들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는 행동을 한 것일까.
“대기 인원 없이 한가한 상황도 아니고 30~40명이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민폐가 아닐까” “뒤에 대기하는 사람들 배려로 먹었으면 일어나야지” “이기적인 행동이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이와 달리 “30분 동안 좀 앉아있었다고 민폐라고 하는 건 무리지 않나” “빨리 나가주면 센스 있는 거지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간명하게 가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저 상식적인 시민의식으로 판단해볼 수 있을 뿐이다. 사실 권리를 생각해본다면, 나의 권리 외에 타인의 권리도 감안해볼 일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유는 방종이기 때문이다.
‘내 돈’ ‘내 시간’ ‘내 공간’을 외치며 ‘내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 사회가 팽배해지는 느낌은 주위의 많은 이들도 공유하는 부분 같다. 한편으론 양보와 배려가 사라진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황금만능주의 속에 극심한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고 몰상식을 만연케 하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