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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한국에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연주하면서 제 문제들을 맞닥뜨리지 않고 감추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연주가 끝날 때는 제 못생긴 면조차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음악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긴장을 풀고 싶을 때는 우주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DSLR 카메라의 ‘찰칵’ 소리가 좋아 사진 찍는 것에도 취미를 붙였다. 2021년 우승을 거둔 서울국제콩쿠르 심사평 중 자신이 ‘너드(nerd·모범생)’ 같다는 평가에 공감을 전하는 스물 일곱의 피아니스트. 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김준형(사진)의 이야기다.
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준형은 “20대 후반 음악적으로 고민 많던 질풍노도의 시기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아 운명 같이 느껴졌다”면서 “외면했던 제 부족한 면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마주하면서 발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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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은 2013년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해 매년 한 명의 음악가를 선정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박종해·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금호아트홀을 거쳐간 음악가들이다.
올해 열두 번째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가 된 김준형은 차분함과 노련함을 모두 갖춘 청년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친누나인 피아니스트 김경민(29)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4년 만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이듬해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거두면서 관심받기 시작했다.
올해 금호아트홀에서 김준형은 네 번의 음악회로 관객을 만난다. ‘나뭇잎 소설’이라는 뜻의 ‘엽편소설’로 주제를 잡아 짧은 인생의 순간을 포착해 그만의 예술성을 응축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연주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글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엽편소설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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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시리즈는 오는 11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히어 앤 나우(Here&Now)’를 시작으로, 5월 피아니스트 유키네 쿠로키와의 이중주 무대 ‘아름다운 5월에’, 8월 플루티스트 김유빈·첼리스트 문태국이 참여하는 ‘풍경산책’을 거쳐 11월 ‘종을 향하여’로 막을 내린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난 김준형은 뮌헨 국립음대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뮌헨 국립음대 현대음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신년음악회에서도 독일 음악가인 바흐·베토벤·브람스의 곡들을 골랐다. 김준형은 “이 작곡가들이 순수하고 투명해서 지금의 제 자신을 잘 투영해 보여주는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지금, 여기’라는 제목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걸 파고 드는 성격을 지닌 김준형. ‘엽편소설’이라는 제목을 정한 것처럼, 실제로 책을 즐겨 읽는 김준형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연수다. 최근 김연수의 ‘너무 많은 여름이’를 읽고 있다는 그는 “‘너드’라는 단어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찌질’하거나 혹은 모범생 같다고 볼 수도 있는데, 저도 ‘오타쿠’ 기질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음악할 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면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