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트 트랙 1.2.3
<22>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 김사월
어제의 일을 자꾸 잊어요
나 오늘도 잘 모르는데
어제의 나를 자꾸 잊어요
BTS RM의 개인 앨범 ‘Indigo’에 수록된 ‘건망증’이라는 곡이다. 김사월은 포크 음악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부드러우면서도 어둡고 깊은 보컬과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운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사월은 매 앨범 사랑을 주제로 노래한다. 그녀는 사랑이 잘 되면 좋지만 안 되어도 그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며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볼 수 있을 때도 좋지만, 그걸 실패할 때 슬퍼하면서 나다워진다는 김사월의 음악을 들어보자.
Track 1) 칼
나는 기꺼이 칼이 되어 너를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는 세상을 베어버릴 것이다. 노래가 시작하며 들리는 바람 소리를 따라 기타 소리가 나온다. 내가 칼이라면, 사랑하는 상대를 안는 것조차 어려운 일일 것이다. 너무 사랑해서 안아버렸다가는 상대에게 되려 상처를 남길 것이다. 안고 싶지만 안을 수 없는, 슬픈 칼의 숙명이다.
안고 싶어
미안해
아프니
미안해
네가 아프다면
네가 다친다면
나는 나는 떠나서
널 슬프게 하는
널 힘들게 하는
세상을 베어버릴게
‘칼’에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칼’은 김사월이 사주를 보고 난 뒤 만든 노래다. 사주오행 중 칼 사주를 가진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들면 드는 것이고 아니면 칼같이 아닌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칼이 받아주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는 것이다.(김사월 인디포스트 인터뷰 참고) 그래서 칼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자연스러워야 한다.
김사월은 칼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외로운 길을 어둡고 축축하고 안개가 두껍게 낀 밤의 도로 같은 것으로 설정했다. 무심히 어둡고 촉촉한 세상을 살아가는 칼. 칼 자체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쉽사리 떼어놓을 수 없겠지만 세상은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칼을 외면하지 않는 적당한 응원을 하며 무심히 어둡고 촉촉할 것이다.
Track 2)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다. 이 곡은 시차가 있는 연인들이 통화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쓰여진 곡이다.
다른 시간 세상 속에 뿌려진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빛이 되어 내 마음을 말려줘
쓸모와 물음 없는 행복을 줘
내가 있는 곳은 밤이지만 상대가 있는 곳은 아침일 때. 이어지기 어려운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은 우리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꼭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우린 입을 맞추네
서로가 없는데도
내 눈물이 모두 흘러내리면
울던 휴지로 꽃을 접어줄게
아침과 밤은 오직 시간과 공간에 국한되는 비유는 아니다.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는 어두운 시간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어두운 시간을 보낼 때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다. 김사월은 이 시차를 건널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 말하고 있다. 노래 속 주인공들은 서로가 없는데도 서로에게 입을 맞춘다. 내 눈물이 모두 흘러내리면 울던 휴지로 꽃을 접어 너에게는 꽃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 시차를 건널 수 있게 한다.
Track 3) 드라이브
사랑한다면 같은 곳을 향해
간다고 하지만
우리 사이도 그런 건가
하루 하루의 기쁨은
미래를 위해서 참고
예쁜 차 한 대를 샀던거야
속도를 높여 짜릿해
어제는 돌아보지 마
그래서 넌 나를 안 보는 건가
그때 미뤄둔 미래가
나에게 와야 하는데
너는 현재로 갔던 거야
사랑한다면 같은 곳을 향해 간다고 하지만 우리 사이도 그런 걸까. 이제와 돌이켜 보니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의 기쁨을 참아가며 미래만을 생각했던 나의 선택이 후회스러웠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묻지도 않은 채 혼자만의 미래를 그렸기 때문에 네가 나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때 미뤄뒀던 미래가 이 관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어디로 갈까
이제서야 네게 물어봐서 미안
무슨 취향이야
이제서야 네게 물어봐서 미안
넌 괜찮나
이제서야 네게 물어봐서 미안
고마웠어
이제서야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
어디로 갈까, 무슨 취향이야, 넌 괜찮은지. 이제서야 네게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이미 끝났다. 이제서야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에게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는 주인공의 마음이 전해진다.<끝>
글 = 김수린 썸랩 인턴 에디터
감수 = 윤정선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