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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인물 대신 자신을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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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별의 문학심리상담]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figcaption class=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

호박의 황제, 공포의 제왕 잭은 무시무시한 할로윈 이벤트의 슈퍼스타입니다. 할로윈 마을의 시장도 머리를 조아리는 그는 매년 할로윈 데이마다 쏟아지는 찬사에 신물이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에 들어간 잭은 그 곳에서 만난 따스하고 정겨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지요. 그러나 잭은 구경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산타클로스의 자리를 빼앗아, 크리스마스마저도 자신의 손아귀에 넣겠다고 다짐합니다.

영화는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은 철부지 잭의 좌충우돌 도전기입니다.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잭은 할로윈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어설프게 산타의 썰매와 인간 세상의 아이들에게 나눠 줄 선물 등을 준비하지요. 그러나 해골 사슴이 이끄는 썰매와 왕거미가 든 선물 상자를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인간 세상은 난리가 나고, 사람들은 대포를 동원해 가짜 산타를 격추시켜버리고 맙니다.

그런 잭을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핑켈슈타인 박사가 시체를 기워 만든 샐리지요. 샐리는 잭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이 조각나더라도 도와주려 애씁니다. 할로윈에는 호박의 황제이지만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이해하지 못한 잭이 실패하고 말리라는 것을 예견한 것도 샐리였습니다. 

결말에서 잭은 정신을 차리고 호박의 왕으로 돌아와, 할로윈 마을의 악당 우기부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산타 클로스를 구해 줍니다. 산타는 다음부터 무슨 일을 하려거든 샐리의 말부터 들으라는 일침을 남기고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러 떠납니다. 그리고 비로소 샐리의 사랑을 알아챈 잭은 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요.

철부지 잭의 모험을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아니, 샐리는 이런 사람을 왜 짝사랑한 걸까요? 그 철부지 잭은 왜 마지막에 산타 클로스가 되기를 포기하고 호박의 왕으로 돌아와, 샐리의 사랑을 받아준 걸까요? 갑자기 철이 들기라도 한 걸까요? 그런 잭을 샐리는 왜 받아주었을까요?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figcaption class=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

잭의 성격을 명료하게 표현한다면 자기애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유아적 자기애지요. 누구나 어릴 때는 자기애적입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남들이 나를 떠받들어줘야 한다고 여깁니다. 왜냐구요? 배고플 때 밥을 주고, 추울 때 따뜻하게 해 주고, 힘들 때 달래주는 부모님이 있으니까요. 때문에 좌절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입니다.

잭의 천진난만한 소년 같은 모습도 그런 자기애성에서 기인합니다. 예컨데 잭은 자신이 자신이 찬사를 받아 마땅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잭이 할로윈 마을의 슈퍼스타 호박의 황제가 된 건 잭 나름의 노력과 재능이 있어서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이 크리스마스 마을의 산타 클로스 노릇까지 해낼 수 있으며, 사람들이 산타 대신 자신을 좋아해주리라는 마음은 근거가 없는 자신감이지요.

또한 잭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받은 왕거미나 괴물, 좀비 머리 같은 선물을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요. 자기 마음대로 산타 클로스를 무시무시한 손톱을 가진 ‘샌디 칼날손’일 거라고 오해하거나, 산타 클로스가 선물을 나눠주지 못하면 얼마나 곤란할지 생각하지 않고 그를 납치한 것도 잭의 자기중심성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figcaption class=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

그런 잭을 사랑하는 샐리는 어떨까요? 잭의 행동을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걱정하지요. 할로윈 마을에서 유일하게 잭이 크리스마스를 망치리라는 것을 내다보고 잭을 만류합니다. 작중에서 샐리는 몇 번이나 잭을 돕기 위해 몸이 산산조각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태연하게 자신의 몸을 바느질해 고치는 등 헌신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마치 개구쟁이 아들을 둔 엄마 같지요?

아이의 자기애성은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 때문에 생긴다고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그 자기애성을 적당히 좌절시키는 것도 부모님의 역할입니다. 예컨데 배변 훈련을 할 때 아이가 실수를 하면 훈육하고, 젖을 뗄 때 아이가 떼를 쓰는 것을 거절하는 것도 부모님의 역할이지요. 잭이 선물을 나눠주려 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온 마을에 안개를 푸는 샐리의 모습은 정말 철부지 아들이 사고를 치는 것을 막으려 애쓰는 엄마 같습니다.

그러나 잭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루돌프처럼 코가 빛나는 자신의 애완견 제로를 썰매에 앞세워 안갯길을 비추며 선물을 배달하러 나서지요. 그리고 자기 맘대로 준비한 선물로 사람들에게 악몽의 크리스마스를 선사합니다. 어린 시절 자기애가 부모님에게 적절하게 좌절되지 못한 사람이 이기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처럼요.

결국 대포로 격추당한 잭은 난생 처음으로 좌절을 겪습니다. 그런데, 그 좌절 속에서 부르는 노래가 꽤 재미있습니다.

“(잭) 내가 왜 그랬을까? 너무도 어리석었어. 전부 망쳤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네.  한 백만 년쯤 후엔 먼지가 되어 있겠지. 묘비엔 ‘불쌍한 잭 잠들다’라고 쓰이겠지. 이럴 의도는 없었어.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네. 왜 몰라주지? 나의 진심은 좋은 선물을 하려던 것뿐. 왜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여기까지도 아직 미숙한 잭의 자기애성이 드러납니다. 실패를 냉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끄러워하지요. 그리고 잭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자신의 진심을 알아줘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잭의 침울함도 잠시, 죽을 것처럼 부끄러워하던 잭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잭) 에라, 모르겠다. 난 최선을 다했어. 멋진 경험이었고 하늘 꼭대기에 오른 기분도 느꼈어. 최소한 이야깃거리는 만들어 준 거야. 이런 기분을 느낀 게 언제였는지 몰라. 옛날의 패기만만하던 나의 본래의 모습. 나는야 호박의 황제 잭이라네. 그래, 맞았어. 나는 호박의 왕이야! 어서 다음 할로윈이 돌아왔으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오른다. 이번엔 진짜 무시무시한 할로윈을 만들어 줄 테다. 나의 모든 실력을 발휘할 거야.”

다시 자신만만해진 잭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에 나섭니다. 바로 자신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일이었지요. 자신이 납치해 온 산타 클로스와, 산타 클로스를 도우러 갔다 잡혀버린 샐리를 우기부기에게서 구해냅니다. 짧은 순간 잭은 좌절에서 성숙을 이뤄 낸 것이지요. 호박의 왕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자신의 잘못을 수습하며 책임을 집니다.

잭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과정이 작중에 의미있게 묘사되지는 않으나, 아마 거기엔 샐리의 걱정 어린 만류가 큰 지분을 차지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좌절을 겪은 후에야 자신을 말리던 샐리가 자신을 진정 사랑했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결말에서 잭은 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을까요?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figcaption class=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

이야기가 단순하고 인물이 평면적이어서 다소 심심한 분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재밌는 시각을 소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각 등장인물이 팀 버튼이라는 제작자의 내면의 각 부분을 상징한다는 것이지요. 기괴하고 공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팀 버튼의 예술 세계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잭은 내면의 소년과도 같은 마음입니다. 감수성과 창의성이 뛰어나고 활달한 마음이지요. 샐리는 슬픔과 걱정입니다.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에 가려진 본질적이고 사려깊은 면모입니다. 악역으로 등장해 산타 클로스를 괴롭히는 우기부기는 예술성으로 통제된 팀 버튼의 광기와 폭력성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산타 클로스는 팀 버튼이 동경하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겠지요.

이 글쓴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티스트 팀 버튼은 ‘타인의 예술 세계(산타클로스)’를 꿈꾸나, 그 내면의 ‘폭력성(우기부기)’는 이를 파괴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예술 세계를 모방하며 겪은 ‘좌절(산타 대행의 실패)’ 끝에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의 정체성을 수용한 팀 버튼(호박의 왕으로 정체성을 수용한 잭)은 폭력성을 잠재우고, 자신의 슬픔(샐리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때문에 “영화는 해피 엔딩이지만 팀 버튼의 새드 엔딩”이라는 것이 글쓴이의 시각입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팀 버튼의 새드 엔딩이라는 것까지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게 이 영화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꿈꾸었던 한 소년의 내면이 자라나는 이야기니까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좌절에서 비롯한 슬픔을 안고 있더라도, 훌륭한 일입니다.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figcaption class= 네이버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포토

인간이 자신의 모자람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벌어지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내가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타인은 성욕과 소유욕을 충족하는 대상에 전락하겠지요. 그러나 내가 초라한 한 인간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혼자일 때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하게 되지요. 바꿔 말하자면, 사랑입니다. 모자라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법이니까요.

by 낮별 문학치료사

CP-2022-0145@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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