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랑스인처럼 여행하기>를 연재 중인 프랑새댁입니다. 오늘은 벌써 여플 프렌즈 13기로서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릴 시간이에요.
12월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에요. 프랑스인 지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기념일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크리스마스라고 대답할 정도로 모두가 기다리는 날이랍니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외 기념일로는 4월 부활절, 11월 투쌍(만성절) 등이 있답니다.
크리스마스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명절로 달력이 12월로 넘어가기 전부터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수 있어요. 모두가 마치 1년 내내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12월이 되면 도시가 조명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장식된 집과 상점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각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에선 보통 크리스마스를 연인과 함께 보내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선 크리스마스를 연인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분위기예요. 주위 친구들을 보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은 여자 친구 가족과, 크리스마스 당일 점심은 남자 친구 가족과 보내는 등 서로의 가족을 모두 방문한답니다. 또는 홀수년엔 남자 친구 가족과, 짝수년엔 여자 친구 가족과 보내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 방식이 어떻든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연휴랍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가 프랑스에서 보내는 다섯번째 크리스마스인데요. 다섯번째라도 평생 크리스마스를 즐겨온 프랑스인과는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태도가 다소 다르답니다. 프랑스인 남편의 경우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함께 보여 보내는 시간과 맛있는 음식을 가장 기다리는데요. 제가 가장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마켓’이에요.
오스트리아 빈 크리스마스마켓
저는 2015년 런던에서 영국 워홀을 할 당시 크리스마스마켓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당시 유럽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니 유럽에서 가장 크고 전통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크리스마스마켓을 경험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었어요.
오스트리아 빈의 가장 큰 크리스마스마켓은 시청 앞에서 열리는데 무려 연간 방문객이 460만 명이랍니다. 당시엔 빈 크리스마스마켓이 유럽에서 즐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마켓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프랑스에 살면서 매년 크리스마스마켓을 즐기고 있네요.
보통 큰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마지막 금요일 또는 12월 첫 금요일부터 1월 첫 주말까지 열린답니다. 저는 올해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낭트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 중 하나인 세인트-수잔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왔어요. 글을 쓰는 지금은 12월 중순이라 아직 두 군데 밖에 다녀오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올해가 가기 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중세 도시로 잘 알려진 디넝의 크리스마스마켓도 꼭 가보고 싶은 소망이 있답니다.
그럼 먼저 낭트의 크리스마스 마켓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낭트는 프랑스 브르타뉴에 위치한 도시로 거주하는 인구는 약 30만 명이에요. 프랑스에선 나름 큰 도시로 학생이 많아 활력이 넘치는 도시예요. 주말엔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영되는 도시이기도 하답니다.
낭트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일 : 2023년 11월 23일~2023년 12월 30일
개장 시간 : 월-수 10:30~20:30 / 목-토 10:30~21:00 / 일 11:00~20:00
올해로 26회를 맞이한 낭트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오는 12월 30일까지 열려요. 낭트 크리스마스마켓에 설치되는 오두막 상점은 약 200개로 프랑스 서부에서 가장 큰 규모랍니다. 저는 직전 2년 동안은 주말에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꽤 고생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평일 저녁에 다녀왔어요. 평일엔 사람이 적어서 북적북적하고 시끌시끌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려는 분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걸을 때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뭔가를 살 때도 줄을 짧게 선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겨울 유럽은 해가 일찍 져서 오후 6시가 되기도 전에 조명 켜진 크리스마스마켓을 즐길 수 있어요. 여름 유럽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려면 최소 밤 10시가 넘어야 하는 때와는 무척 다르죠?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꼭 먹어야 할 것은 바로 따뜻한 와인인 ‘방쇼(Vin Chaud)’예요. 방쇼는 레드 와인에 오렌지, 레몬, 시나몬 등을 넣고 끓인 음료예요. 방쇼 한 잔 마시면 추위가 싹 가시는 마법이 일어난답니다. 마켓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2~4유로 수준이에요.
올해 낭트 크리스마스 마켓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어요. 보통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음료를 사면 음료값에 컵 보증금이 추가돼요. 음료 살 때 1유로 정도를 추가로 내고 잔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요. 올핸 잔을 기부할 수 있는 박스가 생겼더라구요. 음료를 다 마시고 나서 이 박스에 잔을 넣으면 1유로가 사회단체에 기부된다고 해요. 방쇼로 따뜻해진 몸에 기부로 마음도 따뜻해진 것 같아요.
방쇼 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추천해 드릴 음식은 ‘라클렛 샌드위치’입니다. 프랑스의 겨울 음식은 ‘치즈’와 ‘감자’가 주재료인데요. 사진 속에서 천천히 녹고 있는 라클렛 치즈를 바게트 안에 골고루 바르고 햄 등을 넣은 것이 라클렛 샌드위치예요. 프랑스 치즈는 역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라클렛 치즈는 누구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치즈니 꼭 드셔보세요!
한국의 시장도 그렇지만 프랑스의 시장에도 먹거리가 참 풍성하답니다. 소개해 드린 방쇼와 라클렛 샌드위치 외에도 시시(츄러스), 따흐띠플레뜨 등 다양한 음식이 있으니 골고루 즐겨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에서 맛볼 수 있는 바삭바삭한 츄러스를 참 좋아해요!
다음에 소개해 드릴 곳은 낭트 크리스마스마켓과 사뭇 분위기가 다른 세인트 수잔의 크리스마스 마켓이에요. 세인트 수잔은 마옌주에 위치한 도시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랍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2023년 12월 기준 프랑스 전역에 176곳이 있어요. 협회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마을로 제가 믿고 여행 가는 곳이기도 해요.
세인트 수잔은 특히 언덕 위에 있는 중세 시대 성으로 유명해요. 11세기 지어진 성뿐만 아니라 마을도 중세미가 가득하답니다.
세인트 수잔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올해 처음인데 낭트와 달리 로컬 분위기가 가득해서 더 좋았어요. 낭트에서 본 상점들과는 달리 이곳의 상점은 대부분 마을의 노인협회, 학부모협회 등에서 음식이나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어요.
여느 크리스마스마켓을 가도 빠질 수 없는 방쇼. 세인트 수잔의 방쇼 매대에선 따로 컵 보증금을 받지 않더라구요. 낭트의 방쇼 가격은 4유로였는데 이곳의 가격은 2유로로 두 배나 저렴했어요. 컵에서도 중세미가 느껴지죠? 방쇼와 함께 여기서도 또 츄러스를 먹었답니다.
세인트 수잔 크리스마스 마켓에선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리고 있었어요. 바구니에 사탕을 가득 담은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클래식카를 탑승해 보는 이벤트도 있었답니다. 큰 크리스마스마켓도 좋지만 작은 크리스마스마켓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죠?
겨울 프랑스는 여름에 비해 해가 짧아서 관광할 시간도 부족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센강에서 피크닉도 못 해요. 그렇지만 오직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으니 12월 프랑스에 오신다면 꼭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 번 방문해 보세요.
그럼 지금까지 <프랑스인처럼 여행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계신 곳에서 건강하시길 바라요!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