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5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세일러문 작가 타케우치 나오코와 콜라보 일러스트를 공개해 화제다.
제니는 데뷔 후 세일러문 캐릭터인 루나 가방, 세일러문 영상 등을 방송이나 자신의 SNS를 통해 인증하며 꾸준히 세일러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세일러문이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시기는 1997년대, 1996년생인 제니가 세일러문을 보며 자란 세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제니의 이런 90년대 컬쳐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이자 글로벌 트렌드 전문가인 황지영 교수는 자신의 책 『잘파가 온다』를 통해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 정의하는데, 제니의 경우 정확히 Z세대에 속한다.
황지영 교수는 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를 합쳐 잘파 세대라 칭하며, 특히 잘파 세대는 막강한 온라인 영향력과 더불어 부유한 가정 환경의 영향과 일찍부터 경제활동에 참여한 덕분에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잘파가 온다』에서 황지영 교수가 Z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노스탤지어 맥락의 브랜드에 대한 재조명이다.
본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 아네모이아를 가지고 있는 Z세대들은 90년대에 유행했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아식스, 리복, 리Lee, 스톰, 티피코시 등의 레트로 패션 브랜드에 열광한다.
아네모이아뿐 아니라 암울하게 느끼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Z 세대의 도피성과 맞물려 노스탤지어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고 보기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처럼 생활이 버거울 때 고향에 내려가 밥짓고 감자 심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며 일종의 안식과 힐링을 느끼는 것 같은 메커니즘이다.
특히 제니는 2023 멧 갈라에서도 90년대 무드의 샤넬 드레스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잘파 세대가 갖는 노스탤지어 브랜드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는 한편 명품 소비 세대가 점점 젊어지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10대, 20대 초반 아이돌들이 명품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것은 기업이 잘파 세대의 소비 권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알파 세대의 부모는 밀레니얼 세대로, 내 아이가 먹는 음식, 입는 옷이라면 최상급 상품을 고르고, 이에 익숙한 알파 세대 역시 상품의 퀄리티와 브랜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초저출산율의 여파로 알파 세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나 미국에 비해 낮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귀하디귀한 알파 세대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_ 『잘파가 온다』 황지영
기업이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등의 리스크에 노출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바다에 좌초된 보트(기업)의 선택은 ‘보트가 가라앉을 것을 각오하고 실패할 확률이 있더라도 대범하게 움직인다’가 아니면 ‘보트를 잃어버릴 것을 염려해 대범한 시도 없이 현상 유지에 만족한다’ 중 하나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식에 기업의 존폐가 달려 있다는 뜻으로 장기적 관점과 올바른 방향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단절과 결핍, 변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하는 것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 당장 비용 절감 같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기 쉽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사례를 살펴보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기회로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직접적 시도를 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소비 변화를 읽고, 보다 큰 시각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 개인 차원에서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내용 출처 : 『잘파가 온다』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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