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 세계에서 줄어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0조달러(약 1경3000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 전쟁 당사국인 대만은 GDP가 40%나 격감하는 것은 물론, 한국도 GDP가 23.3%나 줄면서 대만에 이어 경제적 피해 규모가 두 번째로 클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양안관계 문제와 관련 전쟁 발발과 중국의 대만 봉쇄 두 가지 시나리오의 영향을 반도체 산업과 무역 및 금융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대만 간 전쟁이 터질 때 세계경제가 입는 손실은 10조달러로 글로벌 GDP의 10.2%에 이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GDP가 각각 5.9%, 5.5% 줄었는데 그보다 훨씬 크다.
전쟁 발생시 지역별로 우선 대만은 GDP의 40%에 이르는 피해를 입으며 경제가 망할 것으로 추산됐다. 대만 인구와 산업시설에 해안에 집중돼 있어서 전쟁에 취약한 탓이다.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도 전쟁에 수반될 경제적 제재 여파로 GDP 대비 16.7%의 피해를 입고, 미국도 애플 등 주요 기업의 공급망 타격으로 인한 손실이 GDP의 6.7%로 추산됐다. 블룸버그는 특히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의 GDP가 23.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경제적 타격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TSMC 등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이 전쟁으로 입을 타격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대만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를 대체 불가능한 ‘황금 나사’에 비유하며 “이 때문에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생산라인이 멈추고, 저가형 반도체를 쓰는 자동차나 여타 부문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봉쇄하는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피해 규모가 전쟁 발발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 상황에서 글로벌 GDP의 피해 규모는 5%, 국가별로는 대만이 12.2%, 중국이 8.9%, 미국이 3.3%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의 결과가 당장 위기를 촉발하지는 않되, 앞으로 중국과 대만 간 관계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 당국자들은 선거 직후부터 5월 차기 총통 취임 사이를 중국이 대만을 견제하려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