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튜브 <짠한형>
최근 술을 곁들이며 토크를 선보이는 방송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와 OTT를 법으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무분별한 음주와 시청의 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군 발암 물질인 술
지난해 세계보건기구는 일주일에 맥주 2~3캔을 마시는 정도의 가벼운 알코올 섭취로도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도 국제암연구소는 방사선, 담배 등과 함께 술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하루 1~2잔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소년 음주 부추기는 술방
술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유튜브나 OTT 등에서도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는데, 이런 영상들이 미성년자에겐 음주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인에게도 고위험 음주를 부추기게 됩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 장면을 본 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사한 결과, 약 20%가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는데요, 특히 음주관이 아직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술에 대한 유혹에 더할 나위 없이 취약할 수 있습니다.
성인보다 부정적인 영향 더 크게 받아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게 되면 성인보다 알코올의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됩니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알코올에 의한 조직 파괴가 더 심하고 신체 발육 부진, 뇌 발달 장애 등이 더 쉽게 유발될 수 있습니다. 연령 제한이 없어 미성년자의 시청이 쉬운 유튜브나 OTT의 술방에서 음주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다 보니, 과도한 음주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미성년자들이 영상 속 스타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과도한 음주 소비가 미화되거나 조장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 볼 수 있어
사진 : 유튜브 <짠한형>
술방 콘텐츠가 많은 유튜브의 경우, 많은 아티스트들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단독으로 쉽게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이 출연하니 팬들의 호응은 자연스레 커졌는데요, 하지만 단순 토크쇼가 아닌 음주를 곁들인 터라 취기가 오른 모습과 그로 인한 솔직한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다 보니 한 번 출연하게 되면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지상파까지 장악
사진 : SBS <미운우리새끼>
유튜브에 이어 지상파에서도 음주를 소재로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파 등의 방송 심의는 관련 조항으로 법정 제재를 받는 편이라 유튜브의 술방만큼 무분별하게 방송되지는 않습니다. 일례로 SBS의 ‘미운 우리 새끼’의 소주 기행 편이나, 소주 분수 등의 장면을 두고 해당 방송은 음주를 지나치게 조장, 미화할 소지가 있고 그 과정에서 해당 소주 브랜드에 광고 효과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여 주의를 주는 등 규제한 바 있습니다.
담배는 안 되고 술은 되는 이유는?
담배는 ‘노담(노 담배)’이라고 알리면서 술에는 왜 관대한 것일까요? 술과 담배는 똑같이 발암 물질 1급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이 둘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나 상이한 것이 현실입니다. 담배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관련된 모든 광고가 강력한 규제를 받으며 담배 광고의 경우 여성이나 청소년이 나와서도 안 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출판물과 행사에선 광고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음주 장면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음주가 주제인 방송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에게도 치명적
술이 나오는 방송은 또한 우울증 환자에게도 위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방송을 보고 음주의 유혹에 더 이끌릴 가능성이 큰데, 술을 마시는 건 장기적으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꼴이 됩니다. 술을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완화되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술이 깰 때쯤엔 뇌 기능이 저하되고 기분 조절이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특히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만 존재
이와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자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추가 개정하였습니다.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위해성을 알리고,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을 통해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도 강제 사항이 아닌 유튜버 자율 규제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방송에 ‘술’이 꼭 필요할까
사진 : 유튜브 <살롱드립>
방송에 꼭 술이 들어가야 유명세를 타는 걸까요?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도 많습니다. 국민 MC 유재석이나 방송인 장도연이 출연하는 채널이 그러한데요, 알코올의 힘이 없어도 아티스트들의 매력을 이끌어내고 재미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먹방도 같은 맥락으로 분류해야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먹방 콘텐츠 또한 하루 정량 기준을 초과해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줘 폭식과 과식을 조장하는가 하면, 과하게 맵거나 짠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미각에 고통을 주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송들이 경고 문구 없이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어 비단 술방뿐 아니라 지나친 먹방 또한 동일하게 제지되어야 할 콘텐츠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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