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도 기억난다.”
NC 다이노스는 2023년 10월31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3-2로 잡았다. 당시 기준 포스트시즌 6연승이자 한국시리즈까지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드라마틱했다. 9회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B1S서 마무리 이용찬이 오윤석에게 구사한 4구가 몸쪽 살짝 높게 들어갔다.
오윤석이 만들어낸 타구가 묘하게 날아갔다. 빗맞았는데 유격수 방면으로 낮은 탄도를 그렸다. 절대 처리하기 쉬운 타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유격수 김주원이 3유간으로 몸을 날려 걷어냈다. KT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은 바뀌지 않았다.
8일 시무식이 끝나고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이용찬과 김주원이 다시 그날을 떠올렸다. 이용찬은 “정타를 맞아서 홈런을 맞으면 차라리 괜찮은데, 빗맞은 타구나 실책이 나오면 안 좋은 결과가 많다. 그 타구가 분명 방망이가 부러졌다. 이미 죽은 타구인데, 코스가 애매했다. 주원이가 갈 때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라고 했다.
이용찬은 포스트시즌 들어 연일 투구내용이 깔끔하지 못했다. 확 무너진 경기는 많지 않지만 SSG 랜더스, KT 타자 모두 압도하는 맛도 없었다. 그는 시즌 중반부터 체력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안간힘을 짜내서 치른 포스트시즌이었다.
이용찬은 “내가 흐름이 안 좋으니까. 투수가 안 좋으면 잡생각이 많이 난다. 타구가 쭉쭉쭉 가는데 결과가 안 좋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당시 김주원은 김주원이 타구를 걷어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했다.
김주원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뭔가 뭉클해지기도 하고, 잡고 나서 ‘와 끝났다’ 싶었다”라고 했다. 사실 그 순간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KT의 비디오판독 요청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 정작 김주원은 “하는 줄도 몰랐다. 무조건 노 바운드로 잡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경기는 2023시즌 NC의 마지막 승리였다. NC는 이후 KT와의 플레이오프 3~5차전을 잇따라 내주면서 리버스 스윕으로 패퇴했다. 훗날 주장 손아섭은 포스트시즌 특유의 강행군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했다고 털어놨고, 강인권 감독도 이미 그 경기부터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고 털어놨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간절함과 ‘오늘만 산다’는 강인한 마인드로 버텨낸 시기였고, 한계는 명확했다. 결국 에이스 에릭 페디를 1경기밖에 활용하지 못한 한계, 하위타선의 약점, 불펜의 에너지 레벨 하락 등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드러났다.
이진만 대표이사는 8일 신년사를 통해 작년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하위 후보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지만, 작년의 일이다. 올 시즌 NC는 뚜렷한 전력보강은 없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팀으로 분류된다. 물론 최후의 목표는 한국시리즈다. 그렇다면 최대한 높은 곳에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강인권 감독은 “작년 시즌은 워낙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도 선수들이 조금 더 열정을 보여준다면 작년보다 팬들에게 많은 사랑받을 수 있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부담보다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선수들과 합심해 즐겁고 행복하게 한 시즌을 치르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