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카카오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가 정상적인 장내 매수였으며 불법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카카오가 가처분 소송 승소라는 사익을 취하기 위해 적법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법적인 시세 조종에 나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명재권)는 9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배 대표는 앞서 지난 2월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 카카오 측 변호인은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 과정에서는 허수 주문 등 통상의 시세 조종 행위와 같은 불법적인 매수가 없었다”며 “경쟁적인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정상적인 장내 매수를 시세 조종 행위로 오인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목적이 정당하고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음에도 이같은 매수가 시세 조종 행위로 평가 받고 처벌받는다면 시장에서의 모든 매집은 금지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주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령 카카오의 SM 지분 인수가 경영권 인수 또는 하이브의 SM 인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 목적 자체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어떤 불법성도 띠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배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 측은 주식 매수를 통해 어떤 이익도 취한 바 없으며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 매수 자체는 불법성이 없고 동기·목적이 결합해 불법성을 띨 경우에만 가벌성이 생기는데 검찰은 이 사건에서 어떠한 납득되는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며 “어떤 사람이 공개매수 선언을 한다면 시장에 있는 누구도 거기에 대해 저지할 수 없는 것인지, 왜 국가가 공개매수시장을 먼저 보호하고 특혜를 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하이브는 정당하게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며 카카오에서는 가처분 소송 때문에 대항 공개매수라는, 적법한 대응 방법이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시세조종 범행에 나선 것”이라며 “만약 이것이 정상적인 주식 매수라면 피고인은 왜 지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지, 검찰로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첫 공판에 이어 이날 공판에서도 증거 목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검찰의 증거 목록이 불충분하게 제출됨에 따라 반대 신문을 준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은 공범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범죄로, 다른 피의자들에게 정보가 흘러 들어가 수사에 방해가 될 가능성 때문에 진술을 제외한 객관적 자료들을 증거로 우선 제출했다”며 “검찰이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는 주장을 바로 잡고자 하며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수사 기록 목록은 모두 제출했다”고 맞섰다.
검찰은 배 대표 등이 2월 16∼17일과 27∼28일,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김범수 창업자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 경영진도 송치받아 배 대표와의 공모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한편 검찰 측은 하이브 관계자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이들 증인에 대한 심문은 오는 2월 1일과 22일에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