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시리즈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 먼저,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동원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노량’ 제작 과정 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촬영을 못 할 뻔했다.
김한민 감독은 “정말 운이 좋아서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아쉬움도 있지만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도 있다”고 지난 10년 소회를 털어놓았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서울의 봄’ 이순신 장군 동상과의 연결고리
‘명량’ 최민식은 위기를 돌파하는 용장이었다. ‘한산’ 박해일은 냉철한 지략과 전략전술이 빛나는 지장이었다. ‘노량’ 김윤석은 현장(현명한 장수)으로 설정했다.
그는 “가장 지혜로우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어떻게 전쟁을 종결해야 할 것인가를 유일하게 고민했던 이순신 장군을 연기할 사람은 김윤석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량’ 개봉에 앞서 ‘서울의 봄’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등장해 두 영화의 연결고리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2.12 군사반란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임진왜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나라를 구하려는 ‘노량’의 이순신 장군이 겹치는 것.
“‘서울의 봄’을 두 번 봤어요. 동상이 두 번 나오더군요. 김성수 감독에게 물어보니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했어요. 저는 굉장히 뭉클했어요. 이태신(정우성) 장군 이름도 이순신에서 따온 것이냐고 여쭈어봤는데, 김성수 감독은 이름을 조합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아마도 잠재의식에서 발동했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순신 장군 없었다면 한반도가 두 동강 났을 것
그는 심심할 때마다 ‘난중일기’를 읽는다. 이순신 장군 못지않게 임진왜란 역사에도 해박하다. ‘노량’에서 전쟁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는 현시대에도 곱씹을만하다.
“전쟁의 판세가 기울었는데 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우려고 했을까. 그게 화두였고, 스스로 답을 얻으려고 했죠. 저는 완전한 종결과 항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어록과 기록을 살펴보면 그러한 결론이 나와요. 이순신 장군에게 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는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 일본말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터진 뒤 명나라와 왜군의 강화 협상이 무서웠다. 조선을 두 동강 내서 서로 나눠 가지려고 했다. 만약 그 협상이 타결됐다면 한반도는 경기도를 기점으로 나뉘어졌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가 분단됐잖아요. 그러한 시도가 임진왜란 때도 있었던거죠. 한반도는 언제든 그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요. 그러한 협상을 알고 있었던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완벽하게 종결시키려고 최선을 다한거죠.”
100분 해상전투신, 10년 전이었다면 못 찍는 기술
‘노량’의 하이라이트는 100분간 펼쳐지는 해상 전투신이다. 10년전 ‘명량’ 때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기술력의 발달로 가능해졌다. 함대와 함대가 얽히는 싸움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물 없이 해상전투신을 찍는건 우리가 최고다”라면서 “원없이 다 보여드렸다”고 했다.
실제 ‘듄’ 시리즈의 세계적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은 할리우드 예산의 10분의 1로 어떻게 찍었냐고 물어봤다. 김한민 감독은 “오랫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적은 비용으로 찍는 기술을 터득했다”고 답했다.
진격의 북소리
일부 관객들은 극 후반부 이순신 장군이 치는 북소리가 너무 길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나 김한민 감독은 더 길게 쳐도 된다고 봤다. 북소리는 왜군에게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북소리는 2024년, 강대국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준다.
“둥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