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허준호(59)는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 39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얀전쟁’(1992), ‘테러리스트’(1995), ‘화산고’(2001), ‘실미도’(2003), ‘신기전’(2008), ‘이끼’(2010), ‘국가부도의 날’(2018), ‘모가디슈’(2021),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2023)에 이어 ‘노량:죽음의 바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모두 한국영화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다.
‘노량: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그는 이순신 장군(김윤석)을 도와주는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을 맡았다.
중국어 달달달 외워
“중국어를 달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죠. 명나라 군사를 연기한 배우들은 다들 힘들어했죠. 상대 배우 대사까지 외워야 하니까 정말 고된 생활을 했어요. 정재영(진린 역)과 나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죠.”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중국어 대사의 뉘앙스를 놓칠세라 동료배우들끼리 한국어로 잡담도 못했다. 언제나 긴장상태로 촬영장에 머물렀다.
액션영화 언제든 출연할 수 있도록 매일 운동
그는 ‘노량’ 촬영 전에 체력을 더 키워 놓았다. 무거운 언월도를 휘두르기 때문에 몇 배의 힘을 더 써야 했다. 팔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언제든 액션영화에 출연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 놓았죠. 매일 2시간씩 운동하는 게 루틴이 됐어요. 어떤 영화가 들어올지 모르니까 배우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죠.”
‘천박사’는 ‘노량’이 끝난 뒤에 촬영했다. ‘노량’의 액션이 비하면 ‘천박사’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웃었다
김윤석은 팬이자 존경하는 배우
‘노량’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명나라에서 파견 나온 장수가 다른 나라 사람인 이순신 장군(김윤석)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혈연끼리도 목숨을 못 거는데, 대체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을 존경했던 거죠. 내 목숨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자신의 조국인 명나라는 전쟁을 마무리하고 빨리 돌아오라고 하는데, 등자룡은 이순신 장군을 도와 계속 싸우죠. 조국의 명령을 어길 만큼 등자룡은 이순신 장군의 뜻에 따른 겁니다.”
그는 ‘추격자’, ‘황해’ 등 김윤석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 스스로 팬이라고 자처했다. ‘모가디슈’에서는 직접 호흡을 맞췄는데, 배우 김윤석이 아니라 인간 김윤석의 진면목에 매료됐다.
“모로코에서 촬영할 때, 저녁에 밥을 직접 해줬어요. ‘형, 올라와. 같이 밥 먹자’라고 해서 갔더니, 도가니탕을 맛있게 끓여놨더라고요.”
김한민 감독의 집요함에 혀 내둘러
김한민 감독은 허준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등자룡을 주문했다. 극중 등자룡의 나이는 67살이다. 나이를 고려해 등을 약간 숙였더니, 감독은 꼿꼿하게 펴라고 했다.
“처음 만났는데 역사 이야기를 줄줄 쏟아 내더라고요. 정확한 시간까지 다 얘기하는데, 그냥 인정했어요. 한국인 중에 이순신 장군을 이렇게 파고드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지금 현재가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는 한때 배우생활을 그만두려 했다.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현재가 너무 행복하다. 그는 “지금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넷플릭스 ‘광장’ 출연을 위해 몸무게를 20kg 감량해도 힘든 줄 모른다. 매 순간이 행복하다.
“예전엔 고집이 강했어요. 이제는 백도화지가 되려고 해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려도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는 ‘광장’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