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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재차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까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왔으나 아직 목표 수준인 2%까지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확산하고 있으나 이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셈이다. 시장에서도 올해 상반기까지 정책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은 8연속 동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정책금리도 5.25~5.50%를 유지한 만큼 양국의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0%포인트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금통위가 정책 변화 없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으나 아직 3%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아도 국제유가 등이 큰 폭 내리면서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으나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 등이 아직 남은 만큼 금리 인하를 언급하긴 이르다.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최근 홍해해협 통항 중단 등 불안 요소도 여전한 상태다.
이창용 총재도 신년사에서 “마지막 구간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며 “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 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발언했다.
가계대출도 정책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10월 6조 7000억 원에서 11월 5조 4000억 원, 12월 3조 1000억 원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대부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2월에도 5조 2000억 원 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도 지난해 11월 정책 결정문을 통해 통화 긴축 지속 기간을 ‘상당 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꿨다. ‘상당 기간’이 통상적으로 6개월로 해석되는 만큼 현 수준을 6개월 이상 유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은이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하는 시기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상하는 점도 올해 상반기 중 정책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단기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만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올해 금융·외환시장 움직임은 부동산 PF보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까지 오른 것도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가 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약식 점도표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통방회의에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5명에서 1명으로 줄고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고 한 금통위원이 2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후 박춘섭 금통위원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견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