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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이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자구책으로 내놓은 블루원과 에코비트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태영 측은 아직까지 블루원의 핵심 자산인 용인컨트리클럽(CC)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몸값으로 2조 원 이상이 거론되는 에코비트는 금액이 커 단기간 내 거래를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레저·관광 계열사인 블루원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블루원 매각은 사실상 중단 상태라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블루원은 용인CC를 비롯해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위치한 디아너스CC와 경북 상주골프리조트 등을 운영 중인데 이중 용인CC는 수도권에 위치해 원매자들의 관심도가 비교적 높다.
문제는 태영 측이 용인CC를 최종적으로 팔지, 그대로 보유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용인CC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블루원 매각은 불발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복수의 원매자는 거꾸로 용인CC 인수만을 검토하면서 매도자 측에 블루원 분리 매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CC만 매각해도 문제는 남는다. 시장에서는 용인CC를 제외한 나머지 골프장을 패키지로 팔 경우 몸값이 2000억 원 미만으로 낮아져 충분한 자금회수가 어렵고 그마저도 매력이 떨어져 인수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골프장 투자 열기가 식은 것도 매각 변수다. 코로나19 시기 골프장 산업이 정점을 찍은 이후로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서 국내 일부 명문 골프장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사모펀드들 역시 해외 골프장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수처리와 폐기물 및 자원순환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도 단기간 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미지수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태영 그룹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에코비트 공동 지분 매각을 결정했지만 양측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태영그룹은 당장 에코비트를 파이어세일(급매)로 넘겨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지만 KKR은 펀드 수익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므로 시장가 대비 저렴하게 매각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가격이 관건이다. 조 단위 매각가가 형성될 경우 일부 글로벌 펀드 외에는 인수 여력이 없고, 이마저도 매각 협상이 결렬될 경우 추가 원매자 확보조차 어려울 수 있단 분석이다.
KKR과 티와이홀딩스는 2020년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 안에는 일정 조건 위반 시 한쪽 지분을 상대방이 몰취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는데, 이 때 기업가치를 공정시장가치와 양측 합의 중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KKR은 TY의 부채가 일정 금액 이상을 초과하면 담보권을 발동해 지분을 몰취할 수 있도록 해뒀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KKR이 에코비트 통매각을 결정했지만 사업 성장성을 고려할 때 당장 엑시트가 이르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확실한 원매자 확보가 어려울 경우 태영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놓거나 KKR이 나머지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여전히 선택지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