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남자친구를 싫어하는 부모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덜컥 혼인신고를 한 뒤 후회 중인 여성 이야기가 소개됐다.
지난 1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10년간 한 남성과 연애 중인 여성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대학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졸업 후 함께 도서관과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아까운 점수 차로 매번 낙방해 어느덧 공시 준비 6년째가 된 여성은 시험 준비 중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며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남성은 항의하는 의미로 혼인신고를 해 버리자고 여성에게 제안했다. 당시 여성은 결혼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없었으나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라 생각해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충격 받을까 봐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그렇게 3년 뒤, 여성은 공무원을 포기한 채 현재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남성은 여전히 공무원에 도전 중이지만 공부 대신 술과 게임에만 빠져 지내고 있다.
여성은 “헤어지고 싶은데 혼인무효 청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사연을 접한 박세영 변호사는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면 이는 무효인 혼인이라 할 것”이라며 “혼인 무효는 혼인에 유효한 성립을 전제로 한 모든 법률 효과가 인정되지 않고 혼인 취소는 효력이 소급하지 않기 때문에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관계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또 “법원은 일단 혼인신고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이뤄진 경우 그 혼인은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유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혼인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충분한 증거에 의하여 그 추정을 뒤집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연자와 남자친구 모두 대학교를 졸업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점에 비추어 혼인신고 당시 혼인신고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였으며 혼인의 사회적, 법률적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혼인신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였고 혼인신고를 단순히 부모에게 시위하려는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해도 그 궁극적인 목적은 여전히 당사자 사이의 혼인이라 할 것이므로 혼인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도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