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와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세이부 라이온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내야수 야마카와 호타카의 보상 선수로 투수 와다 츠요시를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와다는 지난 2002년 다이에 호크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와다는 2003년 26경기에 등판해 189이닝을 소화하며 195탈삼진, 14승 5패 평균자책점 3.38의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리고 2년차 징크스도 없이 와다는 10승을 수확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고, 2010년 17승(8패)을 손에 넣으며 ‘다승왕’ 타이틀을 획득, 2011년 16승 5패 평균자책점 1.51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1시즌이 끝난 뒤 와다는 ‘꿈’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와다는 미국에 도착함과 동시에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마운드로 돌아왔으나, 2014-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21경기(20선발)에 등판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3.36의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고, 결국 2016시즌에 앞서 ‘친정’ 소프트뱅크로 돌아왔다.
와다는 복귀 첫 시즌 15승을 쓸어담았고, 다승왕과 함께 승률왕 타이틀까지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노소화 등으로 인해 단 한 번도 10승 시즌을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곧 43세가 되는 가운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42세로 보낸 지난해에는 21경기에서 8승 6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할 정도로 건재한 모습. 소프트뱅크에서 통산 성적은 326경기에서 158승 87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닛칸 스포츠’의 보도가 나온 직후 일본프로야구계는 그야말로 들끓었다. 메이저리그에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고, 4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리빙 레전드로 불리는 와다 츠요시가 FA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을 예정이라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KBO리그의 사례를 본다면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에서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게 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강민의 경우보다 와다의 보상선수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는데, 이유는 ‘성폭행’ 의혹으로 인해 이미지가 바닥을 찍은 야마카와 호타카의 보상선수였다는 점이었다.
야마카와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한 직후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야마카와는 ‘불기소’가 되면서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됐지만, 성폭행 의혹을 받았던 만큼 소프트뱅크는 야마카와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로 인해 많은 팬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와다가 세이부로 이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세이부가 와다가 아닌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카이노 히로시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카이노는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소프트뱅크의 지명을 받은 유망주로 2019년에 프리미어12에서 일본 대표팀에 승선해 우승을 맛봤다. 데뷔 초반에는 부진과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나, 최근 2년 동안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4시즌 동안 160경기에서 7승 8패 41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이번 사태를 일본 언론에서는 ‘와다 쇼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와다 쇼크가 일어난 이후 ‘닛칸 스포츠’는 12일 와다가 아닌, 카이노가 세이부로 가게 된 배경을 밝혔다. 매체는 “세이부는 당초 미·일 통산 163승의 와다를 지명하려고 했으나, 소프트뱅크의 ‘간판’의 유출에 대한 반발의 크기 등을 감안해 양 구단이 논의한 끝에 방침을 바꿨다”며 “160km 강속구 투수 카이노가 선택되는 급전개로 보상선수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닛칸 스포츠’의 최초 보도는 ‘오보’로 이어지게 됐으나, 실제로 세이부가 와다를 지명하려고 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닛칸 스포츠’는 “세이부는 작년 말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보호선수 리스트를 통해 와다를 지명할 방침이었다. 그리고 방침대로 와다를 지명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반발의 크기 등을 고려해 방침을 전환했다”며 “실제로 와다의 이적 보도가 있었던 날(11일), 팬이나 세간의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야마카와를 영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와다의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일본 언론은 들끓고 있다. 일본 언론이 특정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비판, 비난을 가하는 것은 언론 문화를 고려했을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고쿠보 감독이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다는 것을 공언했던 만큼 28명의 보호선수에서 누락된 것이 공개된 사실은 무겁다”며 “소프트뱅크 구단 프런트에 또다시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자에 의하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와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 스포츠’ 또한 “지난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8승을 거둔 와다에게는 올해도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여성 문제를 일으킨 야마카와의 보상선수”라며 “와다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던 것이 사실이라면, 소프트뱅크는 조금 더 신중하게 보호선수 명단을 꾸렸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와다의 이적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으나, 실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세이부가 지명권을 와다에게 사용할 방침이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아직도 일본 야구계는 ‘와다 쇼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