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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기 처장 논의가 지연되면서 지휘부 공백이 현실화 됐다. 이 같은 와중에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처음으로 반송하고 나서며 공수처의 독자적인 수사기관으로서의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10일 6차 회의를 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 못했다.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바뀌면서 다음 회의 날짜도 정하지 못해 공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추천위가 최종 후보 2명을 추린 뒤에도 대통령 지명,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정 기간 수장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처장은 오는 20일 임기를 마친다. 김 처장을 대행할 여운국 공수처 차장도 28일 임기가 끝난다.
수장 공백이 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검찰이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간부 뇌물 수수 사건’을 추가수사하라며 반송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가 피의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 영장은 법원이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음 △뇌물 액수 산정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음 등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별 다른 보강수사 없이 사건을 송부해 증거관계와 법리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다시 사건을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접수를 거부하겠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공수처 검사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검사로서의 법적 지위가 확립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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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을 가진 동등한 지위의 기관임에도 검찰이 마치 ‘보완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모습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보이나, 그 간 공수처에 대한 여론과 성과를 미뤄 봤을 때 사건 지연에 따른 책임 부담은 공수처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다섯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고,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접 공소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건 5건에 그친다.
직접 기소한 사건 중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심에 이어 이날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비리 사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계엄 관련 문건 서명 강요 사건,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비리 사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검찰에서 수사 중인 송 전 장관 사건을 제외하고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