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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 마음 사로잡는 ‘경성크리처’ Fasc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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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의 서울(경성)을 배경으로 하며, 그 당시를 살아가는 두 남녀의 생존과 용기를 그린 작품이다. 단순한 삶의 연장을 넘어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과의 대결을 통해 사람과의 갈등, 사랑, 동지애 등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하는 인상적인 드라마이다.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첫 파트가 공개된 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비영어권 TV 프로그램 글로벌 TOP 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69개국에서 TOP 10에 들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욕망으로 가득 찬 옹성병원에서 더욱 긴장감 넘치고 절박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그 중심에서 두 주인공인 윤채옥(한소희 분), 장태상(박서준 분)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전개를 볼 수가 있다. 괴물이 등장하는 픽션장르지만 생체 실험을 한 731부대의 잔혹한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역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배우 조한철과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기에 그 당시 유행했던 패션 소품들 중 복고풍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 몫을 한 세 가지 모자에 대해 알아보자.

채옥은 마치 영화 ‘크루엘라(Cruella)’의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를 입은 엠마스톤보다 약간 덜 펑키(punky)한 스타일을 연출하며 1회에 등장한다. 그녀가 쓴 뉴스보이 캡(Newsboy Cap)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영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1800년대 후반에는 특히 노동 계급 남성과 소년들이 착용하였다.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news boy)이 착용하여 생긴 명칭으로 노동 계급 정체성의 상징으로 시작되었다가 실용성과 멋스러움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경계를 초월하며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하였다.

채옥이 어깨에 살짝 힘을 준 뽕(shoulder pads)이 들어간 재킷과 함께 쓴 화이트 망사 모자를 파시네이터(fascinator)라고 한다. 2차세계 대전 이후 20세기 동안 모자 스타일이 크게 변화하면서 장식을 목적으로 한 모자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파시네이터에 가장 가깝다. 21세기는 주로 결혼식이나 로얄 애스콧(Royal Ascot)과 같은 경마장에서 영국 왕실의 부녀자 들이 썼던 모자였다. 1960년대에는 복고 패션이 부활하면서 다시 사랑받기 시작하였으며 명칭은 라틴어인 ‘fascinatus’ 즉 ‘매혹시키다, 마법에 걸다’라는 의미를 지닌 fascinate에 명사형 어미인 or을 붙은 것이다.

극중 구갑평(박지환 분)이 착용한 모자는 택시(cab) 운전사가 흔히 착용하여 생긴 명칭으로 캐비 캡(Cabbie Cap), 플랫 캡(Flat Cap), 드라이브 캡(Drive Cap)이라 불린다. 앞쪽에 작은 딱딱한 챙이 있는 둥근 모자로 14세기 영국에서 쓰기 시작하여 19세기-20세기 노동 계급 남성들이 착용하였다. 플랫 캡은 1571년 영국 의회에서 제정한 ‘장인 법령(Statute of Artificers)’이라는 법이 통과하면서 양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모든 비귀족 남성들은 일요일과 휴일에 양모 캡을 착용해야 하여야했다.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연출 정동윤, 극본 강은경)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는 BTS 멤버 중 뷔가 즐겨 쓰는 캉골(Kangol) 모자로 잘 알려져 있다. 브랜드명이 모자를 대표하는 보통명사가 되었으며 K는 knitting(뜨개질), ANG은 앙고라(angora), OL은 양모인 wool에서 각각 글씨를 따와 Kangol이라는 명칭이 만들어 진 것이다; 캥거루를 로고로 사용한 것은 단순히 브랜드 명 발음적으로 비슷하기에 인식되어 마케팅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며 특히 캉골사는 호주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영국 기업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나월댁(김해숙 분)의 대사 중 ‘아까징끼’라는 정겨운 단어까지 들을 수 있다. 이는 빨간색 소독약(Mercurochrome)을 말하는 브랜드명으로 1918년에 일본에서 개발되었다. 상처가 나면 된장을 바르던 당시 ‘배 아플 때 배에 아까징끼를 바르면 낫는다’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 만큼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이 드라마는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찬란하면서도 어두웠던 삶을 fascinating 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순한 경성의 낭만을 넘어, 일제강점기의 역경을 함께 겪으면서 빨간약 같은 사랑과 연대로 인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CP-2023-007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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