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독립군 비하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그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겠어요.”
1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 카페에서 ’경성크리처’의 주역 배우 박서준을 만났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로, 시즌2로 이어진다.
지난달 22일 파트1을 공개한 ’경성크리처’는 하루 만에 한국을 비롯해 44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7일에는 8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며 가파른 인기 상승을 보여줬다.
박서준은 경성 최대 규모의 전당포인 금옥당의 대주이자 본정거리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장태상으로 분했다. 이시카와 경무관의 협박으로 그의 애첩을 찾던 중 토두꾼 윤채옥과 얽히며 전혀 다른 인생을 맞이하는 인물.
이날 박서준은 진지함과 코믹이 녹은 캐릭터라는 평을 듣는 장태상을 떠올리며 ”첫 촬영을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재촬영했다. 첫 촬영이라 긴장도 됐지만 무겁게 표현했었는데 작가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조금 더 태상스러운 모습으로 찍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유일하게 재촬영한 장면인데 저도 그 촬영을 할 때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단편적인 걸 보는 게 아니라 그 흐름을 생각해야 하고 전체적인 인물의 폭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대적 배경에 비해) 가볍게 다룬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는 그는 “그렇게 볼 수 도 있지만 저한테는 전체가 더 중요했다”며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후반으로 갔을 때 확실한 인물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전체적인 변화를 신경 썼다”고 터놨다.
“제가 역사적 사실에 무게감을 두지 않았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하지만 이 시기를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도 한 역할로서 표현을 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 임하게 되면 그런 무게감을 안 느낄 수가 없어요. 그런 분들이 안 중요할 수도 없고, 다만 작품에서 얘기하는 부분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또한 박서준은 ‘경성크리처’로 호흡한 한소희에 대해 ”처음에 화면으로 모니터를 봤는데, 정말 깊이감이 있더라. 그냥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연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되게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같이 호흡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고, 촬영장에서도 잘 겹치지 않았다. 한 달 이상 안 본 적도 있다”는 그는 ”같이 촬영하는 걸 많이 기대했었다. 저는 상대 배우한테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되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는 배우였다. 앞으로 훨씬 더 잘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꼈는지 묻자 그는 “현장에서도 굉장히 밝고 분위기를 굉장히 잘 이끌 줄 안다는 느낌도 받았다. 선배님한테도 되게 잘하고. 그런 모습들에서 에너지를 느꼈다”고 전했다.
한소희와의 액션 호흡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오더라.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액션이라는 게 한컷한컷 찍을 때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후반으로 가면 체력 싸움이 되는데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농담도 많이 했고 힘이 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앞서 ’경성크리처’의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 때문에 캐스팅을 우려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그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작품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게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 시간도 맞아야 하지만 상대 배우 시간도 맞아야 하고 같은 생각으로 임해야 하고 또 작품도 있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딱 이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이 하고 싶었던 시기에 ‘경성크리처’가 있었고 시대극과 크리처라는 조합도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그 시대의 마음을 표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되면서 저한테는 그 부분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한국 배우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박서준. 이와 관련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안 그래도) 1월 2일에 일본에 다녀왔다. 행사가 원래 잡혀있는 게 있었다”며 “일본에 일본 친구들이 있어서 ‘어떠냐’고 했더니 다들 그거에 대해서 반감을 갖는 사람들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회고했다.
또 “제 지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좋게 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들을 들어서 일본에 공연을 가고 이런 것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성크리처’는 파트1과 파트2로 나뉘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박서준의 생각을 묻자 그는 ”저희끼리도 얘기가 좀 있었던 게 편집본을 봤을 때는 7회까지가 한챕터 같고 8~10회가 한챕터 같긴 했다. 이렇게 보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면서도 “막상 나왔을 때는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번에 보는 걸 좋아하니까 아쉬운 생각도 들었지만 파트를 나누면서 생길 수 있는 기대감을 신경 쓴 거 아닐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여태까지 평가가 안 갈린 적이 없던 것 같아요. 항상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안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걸로 동요는 없었고 관심도가 높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경성크리처’ 완성본을 보고 ”만족스러웠다”는 그는 ”시즌2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년을 함께한 작품이다. 이렇게 오래해 본 건 처음이라 모든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편집본은 편집이 CG도 그렇고 덜 만들어져서 더 기대감이 커졌다. 완성본은 어떨까. 공개되는 날을 되게 많이 기다렸던 것 같고 공개됐을 때 함께 작업했던 게 많이 지나가더라. 되게 좋았다”고 밝히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쿠키 영상 때문에 많은 추측들이 오가더라고요. 그게 재미있는 포인트가 됐어요. 주변에서도 ‘너가 뭐지?’ 하는데 절대 얘기 안 했어요. 작가님 인터뷰 보니까 기억이라는 부분은 조금 얘기해도 될 것 같더라고요. 기대해 주세요.”
끝으로 박서준은 “왜 시즌1과 2로 나눴는지도 알게 되실 것 같다. 시즌2에서는 시즌1에서 잘 빌드업한 것들이 더 속도감 있게 잘 전개가 될 것”이라며 “저도 현대를 배경으로 촬영하니까 마음적으로는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시즌2는 많이 달라요. 더 재미있냐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시즌1에서 아쉬워한 속도감이 굉장히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편 ’경성크리처’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시즌2에서는 2024년 서울, 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의 끝나지 않은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