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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창당 38년 만에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제치고 승리하면서 민진당은 차이잉원 정부 8년에 이어 총 12년 연속 집권하게 됐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오는 5월 20일 대만 제16대 총통으로 취임한다.
1986년 창당한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를 주도하며 친중 국민당과 뚜렷이 대비되는 길을 걸었다. 민진당 창당 전까지 대만은 국민당 일당 독재 체제였다.
그러나 민진당의 끈질긴 노력으로 1996년 총통 직접선거제가 도입됐다.
대만은 국공내전에서 중국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이 1949년 대만으로 넘어온 후 국민당이 지배하는 국민대회에서 총통을 간접 선출해왔다.
직선제 도입 후 두 번째 선거인 2000년 선거에서 민진당 천수이볜이 승리하면서 50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천수이볜이 연임에 성공했고, 2016∼2024년 차이잉원이 다시 대권을 잡았다.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92 공식’을 거부하며 중국과 대립한다.
‘92 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 인식을 일컫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 골자다. 친중인 국민당은 이를 수용한다.
민진당은 대만이 주권 국가이며 방위력을 키워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할 때는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9년 홍콩의 거센 민주화 시위와 이에 대한 중국의 강경 진압을 지켜본 대만 유권자들이 다시 차이잉원을 선택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노골적으로 국민당을 지원 사격했다.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대만 유권자의 반감을 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민진당이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하면서 중국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