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친미 성향인 집권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차기 대만 정부를 이끌게 됐다. 국내 증시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간 긴장감이 조금이나마 낮아지고 있는데 재차 높아질 수 있고 일시적으로 전쟁 관련 우려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TSMC와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성근 미래에셋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결과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따라 주식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중국이 2022년 8월에 상응하는 강한 수위로 반응할 경우에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강도 높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친미 정당인 라이칭더 후보의 당산으로 군사적 긴장감 고조되고, 증시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관심은 한국증시에서 영향력이 큰 반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의 민진당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 수출 규제에 협조적이었고 미국의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 민진당의 집권 시점인 2016년 이후 8년 동안 반도체 산업과 TSMC는 크게 성장했다”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4.8%에서 지난해 38.4%로 늘었고 TSMC는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민진당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중심으로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TSMC의 해외 진출보다 대만 내 잔류를 선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에는 부정적일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AI(인공지능) 칩 같은 고사양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고급 나노 공정 기술을 가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TSMC와 삼성전자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당 집권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었다”면서 삼성전자에 불리한 환경을 예상했다.
반면 한국과 대만 증시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이 더 중요하며, 선거 결과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대만의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쿼드투자운용의 안성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글로벌 반도체 회복 사이클의 지속성은 한국·대만의 선거 결과보다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등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