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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아이오와주에 이사 왔고 저한테는 첫 코커스입니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후보들이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맥스 밀러)
“솔직히 다른 후보들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전 트럼프가 결국 승리할 것으로 봅니다”(로레인 서먼)
미국 대선의 출발점인 공화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 대회)를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4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미 중북부를 덮쳤으나 현지에서는 코커스에 대한 높은 관심이 느껴졌다. 현지를 강타한 폭설과 강풍에 기온이 섭씨 영하 20∼23도, 체감온도는 영하 38도까지 내려갔다.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의 호텔 로비는 취재진으로 북적였고, 공항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은 오후 늦게 동이 났다.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취재진이 익숙한 듯 “코커스 취재가 흥분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혹한의 날씨 때문에 후보들의 막판 유세전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역 유력지인 디모인 레지스터는 “눈보라는 그쳤으나, 코커스 기간 생명을 위협하는 강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14일 예정됐던 4건의 현장 유세 중 3건을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당초 예정대로 유세를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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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투표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자 후보들은 지지자들을 향해 반드시 투표에 나서 줄 것을 이날 독려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줄을 서야 할 수도 있으니 옷을 여러 겹 입고 신분증을 지참해 달라”며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눈이 쌓여 투표소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디모인 곳곳의 투표소 진입로와 주차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디모인 레지스터가 지난 7~12일 코커스 참석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원 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로 확고한 1위를 지켰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가 20%로 디샌티스 주지사(16%)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조사 때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소 감소하고, 헤일리 전 대사가 상승했으나 열성 지지층은 여전히 트럼프가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날씨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경우 헤일리의 지지자들은 집에 머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직 넘버’로 불리는 득표율 50%를 돌파하면서 독주 체제를 입증하느냐이다. 첫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반을 훌쩍 넘는 표를 차지할 경우 나머지 주 경선의 흐름도 급격히 트럼프 쪽으로 기울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 백인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인 알레스 아베툼은 “만약 헤일리의 급상승이 트럼프 지지율을 50% 이하로 끌어내린다면 트럼프가 패배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의미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흐름을 바꾸긴 위해선 다른 후보들이 1명의 반트럼프 후보로 결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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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부표준시(CST) 기준 오는 15일 오후 7시에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의 약 1,700개 투표소에서 코커스가 시작된다. 투표는 현장에서 개표되고 결과는 바로 당으로 전송돼 몇 시간 안에 집계된다. 아이오와주는 인구가 300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인데다 인종의 90%가 백인으로 미국의 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ABC 뉴스는 “아이오와가 중요해서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해서 중요한 것”이라며 “역대로 아이오와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한 후보가 대선 후보로 지명된 전례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