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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업공개(IPO) 시장 포문을 열 공모주 4종목이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최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할 전망이다. 기업가치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적절한 가격 발견을 위한 수요예측 제도가 제기능을 못하고 IPO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포스뱅크·HB인베스트먼트·우진엔텍·현대힘스 등 4개 종목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절대 다수가 밴드 최상단을 15~30% 초과하는 가격대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뱅크·HB인베스트먼트·우진엔텍은 15일, 현대힘스는 16일 공모가를 최종 확정한 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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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수요예측에 돌입한 이닉스 역시 첫날부터 밴드 상단을 약 30% 초과한 가격으로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주문 가격대를 높게 써내면서 4개 종목 모두 밴드 상단을 초과한 금액으로 공모가를 확정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수요예측이란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절차다. IPO 대상 기업과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와 공모물량을 최종 결정한다. 투자 전문가들인 기관투자가들에게 공모주 물량 배정 우선권을 주되 기업의 본질가치와 시장 수요를 적절히 반영한 가격을 발견토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에서는 수요예측 제도가 오히려 ‘공모가 버블’을 조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케이엔에스(432470)를 포함해 4개 종목이 연속해서 밴드 상단 가격 이상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투자가들은 1주라도 물량을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써낸 뒤 상장일 주가가 급등하면 즉시 팔아치우는 식이다.
예컨대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였던 DS단석(017860)은 공모가 상단(8만 9000원) 대비 11.2% 높은 10만 원에 공모가가 형성됐지만, 기관투자가 대부분 일정 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 조건을 걸지 않아 배정 물량의 81.16%가 상장일에 매도 가능했다. DS단석 주가는 상장일 40만 원까지 올라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튿날 급락세로 전환, 12일 24만 500원에 장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현행 수요예측 제도가 구조적으로 시장 과열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를 넘는 물량을 주문할 수 없게 하는 조치가 시행됐지만, 오히려 물량 배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만 높게 부르는 풍선효과가 일어났다. 기업 분석의 질을 높이자며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린 수요예측 기간은 되려 IPO 일정만 불필요하게 장기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지금의 수요예측 제도는 시장왜곡과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세 살 아이라도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내 물량을 배정 받기만 하면 상장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코너스톤 제도는 공모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기관투자가가 일정 물량을 장기 보유하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배정받는 투자계약이다. 지난해 4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코너스톤 제도 도입과 증권신고서 제출 전 수요조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은 줄곧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2019년 사모 운용사 설립 요건의 자기자본 기준이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운용사가 대폭 늘었다”며 “수요예측 참여 자격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