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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메리츠화재·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출범한 통합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시가총액이 9개월여 만에 30% 이상 증가하며 12조 원대에 진입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인 우리금융지주(316140) 시총을 넘어선데 이어 하나금융지주(086790) 시총마저 턱 밑까지 추격하면서 3위 역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메리츠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1.19% 오른 5만 9300원에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총은 12조 600억 원으로 하나금융지주(12조 1182억 원)와 약 600억 원 안쪽으로 좁혀졌다. 역대 가장 적은 차이다. 메리츠금융 시총은 4대 금융지주인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중 지난해 우리금융지주(9조 4294억 원)를 제쳤다.
메리츠금융의 시총 상승의 요인은 우선 두 자회사 통합한 후 신주를 상장한 영향이 컸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2월 메리츠화재와 주식 교환으로 약 4667만 주를 신규 상장했고 4월엔 메리츠증권과 주식 교환을 통해 신주 약 3663만 주를 추가 상장하며 체급을 키웠다. 통합 출범 첫날 주가 4만 5600원과 비교하면 이날까지 상승률은 약 30.04% 수준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은 통합 지주 출범 후 추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부터 당기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해 소각한 자사주 총액은 5888억 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을 2조 원 이상으로 보는 만큼 작년 말 기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최대 5000억 원 가량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주가 상승률은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을 앞선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은행들은 매년 실적이 증가하고 덩치도 메리츠금융을 압도하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주주환원율 평균이 30%대에 머무는 데다 당국의 상생 압박 등이 주가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7대 은행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4대 은행의 예상 주주환원율은 KB금융(105560)이 57.4%로 비교적 높지만 △신한지주(055550) 35.8% △하나금융지주 30.0% △우리금융지주 34.6% 등에 그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향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하며 부동산·건설 시장 부실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성 해석이다.
실제 메리츠금융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약 14조2000억 원,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4조4000억 원 가량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이 투자한 자산의 건전성에 따라 (주가 등)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