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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식품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돈을 받고 팔더라도 영업등록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사기·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집에서 7년간 숙성·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한 뒤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증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며 2020년 5월 식초 7병을 124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식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해 판매하려 할 경우 영업등록 의무가 있는데 검찰은 A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쟁점은 A씨에게 영업등록 의무가 있는지였다. A씨는 유통업체에 판매한 것이 아니고 집에 방문한 소비자에게 바로 팔았으므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란 식품을 업소에서 제조·가공한 뒤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영업등록 의무는 없고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1, 2심은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식초를 만드는 데 7년 가까운 제조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의 제조 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의 식품 제조 기간이 7년 정도에 이르더라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대상 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업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가공업과 구별해 영업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개념과 요건 및 그 대상식품 등에 관해 최초로 설시해 이를 보다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에게 적용된 사기 등 나머지 혐의는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