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함께 즐기는 ‘3대 스포츠’로 알려졌지만 6070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한다. 50대만 해도 젊은 막내에 속하는 파크골프 씬에서 30세의 남연아 강사는 현재 ‘최연소 강사’다.
한 때 수영 선수였고 테니스 특성화 학교를 졸업하는 등 남 강사는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운동 감각이 있었다. 여기에 사회 복지까지 전공해 시니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남 강사에게 지인이 파크골프 사업을 제안해왔다. 그렇게 2019년 그는 두 명의 지인과 함께 부산에서 파크골프 아카데미와 용품 판매점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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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파크골프는 미지의 세계였다. 국내에는 정보가 거의 없어 파크골프의 발상지인 일본에서 찾아야 했다. 일본어를 손수 번역해가며 일본 파크골프 홈페이지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시골 마을에서 자라 어른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냈기에 6070과 친구같이 지내며 필드 경험도 쌓았다.
친근함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잃으면 안 됐다. 손녀가 아닌 ‘강사’가 되기 위해 현장에 나가 플레이어들의 특성을 공부하고, 스윙 개발도 하기를 여러 해. 한계에 닿자 파크골프를 좀 더 잘 치기 위해 손 놨던 골프도 다시 배웠다. 골프 스윙과 골프 레슨 영상을 보며 강습 노하우도 쌓았다.
“파크골프 레슨을 청강하고, 연구하고 배우다가 어느 순간 강사가 됐고, 전담 학생도 생겼어요. 이제 왕복 두 시간 거리로 이사를 가셨는데도 찾아오는 회원도 계세요.” 5년이 지난 지금은 마실 스크린 파크골프 김해점에서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파크골프가 국내에 유입된 지는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건 지난해다. 남 강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2019년, 창업 직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파크골프 채는 혼마와 니탁스, 미즈노 등 일본산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간을 견디니, 다음 해에는 코로나 19가 터졌다. 파크골프 주요 타깃이 시니어인데 코로나 19는 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다. 주력으로 하던 대면 레슨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같이 창업한 친구들과 이것만 버티자고 매일 말했죠. 무너질뻔한 경험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파크골프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등산 가기에는 무릎이 아프고, 배드민턴 치기에는 순발력이 예전 같이 않잖아요. 파크골프만큼 재밌고, 운동신경 없어도 되고, 비용까지 저렴한 운동은 초고령 사회에서 뜰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믿음이 현실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하기 시작하며 2020년 이후 파크골프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파크골프 구장도 늘고, 회원도 급증했다.
파크골프는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지만 서서히 레슨 시장도 열리고 있다. “파크골프는 ‘즐기는 게 제일’이라는 말이 있어요. 하지만 파크골프도 처음에는 잘 배워서 필드로 나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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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 매너를 모르면 날아오는 공에 맞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매너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라도 익혀나갈 수 있지만 자세는 교정 없이 배우기가 힘들다.
“현재 상태와 거리, 잔디가 긴지 짧은지, 잔디가 순결인지 역결인지 필드 파악을 신경 쓰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죠. 연습할 필요가 있어요. 실수샷이 나오면 손목, 손가락, 어깨 등에 타격이 와요. 그러면 재미있게 치고 싶어도 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와요.”
“파크골프 치는 분들은 거의 다 은퇴를 하신 분인데 새로운 소속을 갖거나 친구를 사귀는 걸 어려워하세요. 그런데 구장에 나가면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고, 계속 마주치다 보면 정이 들고, 친구가 되는 거죠.”
30대의 남 강사가 생각하는 파크골프는 ‘화합’과 ‘활력’의 스포츠다. 휴대폰이 없던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놀이터에 찾았다. 밥 시간이 돼 집에 갔다 다시 와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지금 시니어에게 파크골프장은 어릴 적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다.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을 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다 보면 사별, 이혼, 퇴직 등으로 인한 우울도 극복할 수 있다.
“친구나 자녀 추천으로 시작하면 ‘힘들다’, ‘허리 아프다’, ‘나는 협착증이 있어서 안 맞다’ 등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똑딱이’ 시절을 지나 난이도가 있는 수업으로 진도 나가면 눈빛부터 달라지세요. 새롭고 재밌거든요. 활력을 가지시죠.”
파크골프 레슨 수요가 늘어났지만 아카데미는 많지 않고, 용품 판매에 레슨을 곁들이는 정도다. 회원들은 어디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지, 강사도 어디에서 일을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체계적으로 자세를 잡고, 배운 뒤 필드에 나가야 한다는 마음가짐보다 용품 구매할 때 잠시 배우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어떤 강사에게 배웠는지에 따라 아는 게 다르니 현장에서 혼동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남 강사는 교육 메커니즘을 정립해 스포츠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파크골프 교육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공부도 더해서 책도 써야 하지 않을까요. 강사 협회를 만들어 워크숍도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거고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남 강사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