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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흉기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 지역의료 폄하 및 응급의료체계 붕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시도의사회 대표들이 15일 민주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후보자 시절 내걸었던 ‘공공병원 70개 설립’ 공약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근 통과한 지역의사제 법안 등이 ‘표심팔이용’이었음이 드러난 만큼, 관련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요구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지역·응급의료 시스템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테러를 당한 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단체로서 우려스럽지만, 그와 별개로 이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따져 물어야 겠다는 게 이들이 내세운 명분이다.
협의회는 “이 대표는 과거 대통령선거 후보자 시절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내걸었던 공약, 그리고 지방에도 뛰어난 진료·연구 역량을 갖춘 국립대병원이 있다고 한 말이 무색한 행동을 했다”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세간의 말처럼 한낱 ‘표심팔이용’이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만약 지역·응급의료 체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라면 현재 지역·응급의료를 이용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기만했다고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적반하장과 내로남불, 특권의식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며 “작금의 행태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응급의료정책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 지역·응급의료 관련 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지역의사제)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작년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별 전형’으로 별도 선발한 뒤 해당 인원이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무 의무를 어길 시 장학금을 반환해야 하며, 의사 면허 취소 및 재교부 제한을 받게 된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한 뒤 교육비 전액을 지원해 지역 내 의료 인력을 배출한다는 게 골자다. 지역의사제와 마찬가지로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전공의단체를 필두로 의료계는 이러한 의무 복무 규정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필수의료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주도하는 등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주장해 왔다. 대선후보자 시절인 2021년에는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를 포함해 ‘공공의료 확충’ 관련 4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국 70곳 중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고, 지역에서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2일 피습 직후 국가 지정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마친 채 헬기로 이송되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며 지역의료계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 해야 했다는 게 지역 의사회를 비롯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산시를 필두로 전국 광역지차제 의사회는 연달아 성명을 내고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고 지역 의료계를 무시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지난 8일 “이 대표와 정청래, 천준호 의원이 부산대병원의 수술 권유를 외면한 채 서울대병원 이송을 고집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