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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의 인민해방군 조직과 국영 AI 연구기관, 대학들이 이들 제품을 구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들이 사들인 물량은 매우 적지만 A800·H800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사양을 낮췄던 제품은 물론 ·A100·H100 등 2022년부터 수출통제 대상에 오른 제품들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이 첨단 반도체에 접근하는 것을 완전 차단하려는 시도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년간 중국 기관들의 입찰 서류를 검토한 결과 칭화대가 지난달 H100 2개를 조달했고, 산업정보기술부 산하 연구소도 H100 1개를 사들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익명의 인민해방군 조직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A100과 H100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하얼빈공대와 중국전자과기대도 A100 칩을 각각 작년 5월과 2022년 10월 6개, 1개씩 조달했다. 산둥AI연구소는 지난달 A100 5개를 29만위안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들 칩은 AI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매한 수량이 매우 적어 정교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관들이 어떤 방식으로 AI칩을 조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제재를 시행한 뒤 중국 내 이들 반도체를 판매하는 지하 암시장이 형성됐으며, 인도·싱가포르 등지에 만든 현지법인을 통해서도 AI칩을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이는 미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을 첨단 반도체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칩 워’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반도체는 크기가 작아서 밀수가 쉽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빈 틈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는 첨단 AI칩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없게 함으로써 중국이 AI를 개발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수출통제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거래처에도 이를 지키도록 요구한다”며 “고객사가 제3자에게 불법 재판매한 사실을 알게 되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 당국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