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 속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선 매수자들이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한때 집값 우상향 전망 속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자들이 고금리와 경기둔화 우려에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거래가액에서 채권최고액 비율은 66.22%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등기하며 6억6220만원의 채권최고액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지난해 초 68%를 넘나들던 것이 9월부터 꾸준히 줄어 9월 67.78%, 10월 67.54%, 11월 66.41%로 소폭이지만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다.
채권최고액은 돈을 빌려준 주체인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통상 빌린 돈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을 설정한다. 거래가액 대비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집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같은 감소세는 최근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3월까지 59.81%까지 늘어났던 서울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10월 52.81%, 11월 53.23%, 12월 52.54%로 12월에는 최고점 대비 7% 넘게 급락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4%대 금리로 혜택이 컸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중단한 것과 더불어 아파트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지 않으려는 매수자들의 안전 투자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무주택자들의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 수요가 뚝 끊기고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만 일부 있을 뿐”이라면서 “고금리 탓에 대출을 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봤다. 과거 사례와 비춰서도 최근 채권최고액 비율은 최고 수준이다.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0년 62.38% 였던 최고액비율은 2021년 62.43%, 2022년에는 65.82%, 2023년에는 67.74%까지 늘어났다.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