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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을 개시한 태영그룹이 자구안의 일환으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에코비트 매각에 나섰으나, 시장선 KKR의 투자금 회수 의지가 높지 않아 결국 매각 무산을 빌미로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과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에코비트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국내외 자문사들이 매각 주관사 지위 확보로 조 단위 거래 실적을 쌓기 위해 물밑 경쟁을 진행 중이다.
시장서 거론되는 에코비트 인수 원매자는 인프라 및 폐기물 관련 산업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사모펀드 및 기업들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맥쿼리를 비롯해 최근 KC환경을 인수한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에퀴스 외에도 SK에코플랜트, 폐기물 투자에 강세를 보여온 아이에스동서(010780) 등이 있다.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한 일부 기업은 시장 독과점 이슈로 인해 인수 검토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관건은 KKR의 가격 협상 의지다. 사모펀드는 펀드 출자자(LP)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보다 큰 차익 실현도 중요하지만, 높은 매각 금액만을 고수할 경우 거래 자체가 무산될 위험도 크다. 때문에 적기에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기 위해 인수 의향자와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협상이 중요하다.
다만 KKR은 에코비트의 투자금 회수에 당장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태영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올해로 에코비트 투자 4년차에 불과하다. 또 KKR 입장에선 에코비트가 소각부터 매립지, 수처리시설 등 환경 종합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커 당장 매각보다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보다 높은 수익 실현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배경 탓에 에코비트 인수에 관심을 둔 원매자들은 입찰 참여부터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인수 검토를 위해선 당장 수 억원에 이르는 실사 비용이 필요한 데다가, 3조 원 이상의 가격에 자금 조달 방법이 뚜렷하지 않은 이상 입찰 참여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에코비트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승자의 저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3조 원 이상에 에코비트를 인수하더라도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더 높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원매자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에코비트가 그간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등 다양한 폐기물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라며 “결국 에코비트의 실질 인수 가격은 4조 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