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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나쁜 음식을 먹고 막 살았으면 벌써 당뇨냐!”
“인슐린 맞으면 인생 끝난거 아니야?”
어린 나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발언들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회원 100여명은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태안에서 9살 딸의 소아당뇨(1형 당뇨병)를 치료하느라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일가족의 비극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들은 “(1형 당뇨병이) 수술을 통해 완치될 수 없고 평생 짊어지고 갈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고통과 아픔에 홀로 신음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다”며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본인 부담을 낮추고, 지원 체계를 강화해달라”고 절규했다.
제1형 당뇨병은 식습관 또는 비만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2형 당뇨병과 기전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대부분 파괴되어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인슐린을 주입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고혈당이 악화되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 같은 급성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체내 요구량보다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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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회는 “부모 손으로 직접 투여한 인슐린 주사에 아파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라며 “정부가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한다면서도 원론적이고 단편적인 대안만 내놓는데 그치면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1형당뇨병 환자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자동주입기(인슐린펌프) 등 관리기기 비용을 경감한다고 해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우회에 따르면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등 기기 구입은 요양급여 적용 대상이 아니라 요양비 명목으로 일부 지원되고 있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크다. 가뜩이나 부산, 울산, 경남, 강원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당뇨 전문의들이 그만두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질환의 중증도를 인정을 받지 못해 병원 이용에 제한이 많다는 게 환우회의 주장이다.
환우회는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지정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와 인슐린 주사, 관리기기 사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연령 구분을 없애 1형 당뇨병을 앓는 성인도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10% 이하로 낮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의 특성상 지원 대상을 연령이 아닌, 중증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환자들은 요양비로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의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비용만으로 해석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환우회에 따르면 ‘소아당뇨’라는 용어에서도 1형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이 묻어난다. 소아만 1형 당뇨병을 앓는 것도 아니고, 소아 연령대에 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들을 혼용한 정체불명의 병명을 사용하면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우회는 “1형 당뇨병은 평생 혈당 관리를 해야 합병증 없이 생존할 수 있다. 일상생활과 직업 선택에도 제약이 크다”며 “질환의 중증도와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췌도부전증으로 병명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1형 당뇨병 환자의 부모들은 ‘치료를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아주세요’, ‘이제는 국가가 함께 지켜줘야 합니다.’,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태안 1형당뇨가족’에게 있었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과감한 건강보험 혁신을 통해 혈당관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간곡한 호소였다.
5년간 아들의 1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한 어머니는 “매일 밤 아이들과 우는 게 일상이 되면서 나쁜 생각을 해본 적도 많다”며 “태안 가족 소식은 모든 환우 가정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 부디 국가에서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